올 들어 처음으로 극장 가서 영화를 봤습니다.
<스피드 레이서>
훌륭하다는 평과 유치하다는 평.
호오가 극히 엇갈리는 걸 보고 일단 기대치를 낮추고 갔습니다.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만 영화적 완성도를 높게 평가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관객 성향에 따라서 평가가 극과 극일 수 있는 영화인 듯합니다.

몇 가지 짚어 보면..

1. 주제의식(?)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에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식으로 대항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마치 삼성의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동기의 '순수성'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다 세상 모두 불가능하다고 했던 몸 부딪쳐 바위 깨기를 시도한 것은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부분에서 약간은 뭉클한 느낌도 받긴 했어요. 경찰이 정의의 편인 영화와는 다르게 한국의 현실은 한심한 면죄부성 특검으로 끝났지만요.

문제는 이러한 주제의식이 영화적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무지 현란한 화면과 동떨어져서 저 혼자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입니다. 사실 매트릭스 때도 '영상이 아닌 말로 한몫 보려는' 게 느껴졌었는데 이번에는 더했던 것 같습니다.

2. 표현주의적 화면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했기 때문인지, 정말 현란한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원색으로 떡칠하고 번쩍 번쩍하는 레이싱 장면은 도저히 두뇌로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이 없습니다. 어찌보면 표현주의나 팝아트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문제는 레이싱의 박진감과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야, 멋지지! 화려하지! 박진감 넘치치!" 하고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레이싱의 박진감은 내가 운전하는 입장에서 주변에 뭐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아는 상태에서 느껴지는 것인데 말이죠. 차라리 번아웃3를 다시 하는 게 훨씬 박진감 넘칠 것 같습니다.

3. 비는 예상 외로 비중이 높았다.

비를 그닥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데, 그래도 한국 스타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나오니까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예상 외로 비의 비중이 높았고, 포스도 괜찮았어요. 사실 주인공 생긴 게 좀 별로인데(원작 만화랑 비슷하면서 좀 늙어보이게 생겼음) 비는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고, 굉장히 중요한 인물로 나오더군요. 뭔가 뿌듯... (반대로 GOD 그분은 왜 나왔는지.. 이해가;;)

써 놓고 보니 호평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재미있게 본 이유는 아마도 레이싱이나 애니메이션 장르를 좋아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워쇼스키 형제는 매트릭스 2, 3편과 브이 포 벤데타, 이번 작품까지 주제의식을 너무 티나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는데, 다음 번 작품은 영화의 내적 요소로 이를 녹이고 자연스러운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식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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