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트(http://pariscom.info/8)에서 정통부의 잘못된 표준 정책을 비판하면서 위피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정통부 공무원 이외에 단 한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위피를 일반 휴대폰뿐 아니라 모든 모바일 기기에 탑재시키겠으며, 이를 위해 국민 세금 60억원을 들여 '차세대 위피'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오늘 정통부가 발표했다.

관련 기사1 : 위피, 모바일 기기 전체에 적용(연합뉴스)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11/28/akn/v19020299.html

관련 기사2 : 정통부, 위피 국제 표준화 발전전략 수립 논란(한국일보)
http://news.media.daum.net/digital/computer/200711/28/hankooki/v19031083.html

관련 자료 : 차세대 위피 규격 개발(정통부 브리핑)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11/28/aving/v19025704.html

평소 과장된 수사를 극히 꺼리는 편이지만, 나는 오늘 정통부의 발표가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감히 단언한다.

정통부는 오늘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콘텐츠 개발업체들이 표준 위피에 맞춰 휴대폰 콘텐츠를 개발하면 이동통신 3사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위피 정책을 유지할 것을 고집했다.

하지만 모바일 개발자들이 들으면 기가 찰 말이다. 위피는 버전 1.0과 1.2, 2.0 등이 있는데, 이게 호환이 안 돼서 각각 개발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위피는 누누히 말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가 아니라 그냥 '문서쪼가리'일 뿐이어서, 이통사 3사는 각각 따로 SDK를 제공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다운 받는 모바일 게임 하나만 만들려고 해도, 개발자들은 이통사, 위피 버전, 휴대폰 LCD 해상도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수십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뿐인가, 위피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아니다보니 이통사들은 SDK를 통해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을 종속시킨다. 예를 들어 모바일 음악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면 SKT의 허락을 받지 못해(멜론과 사업 모델이 비슷하므로) 시작도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굉장한 아이디어의 모바일 영화 서비스를 생각해 냈다고 해도 SKT가 '씨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가 불가하다.

이 때문에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계가 제대로 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내지 못하고 순전히 게임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고수익 사업이 불가하니 당연히 규모가 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모바일 시장에 진출할 수가 없음은 물론, 재능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개인 개발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 다 죽어가는 위피의 '차세대 버전'까지 개발해서 끝까지 살리겠다니,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계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통부는 또 국내 기술인 위피를 국제화 하겠다는 계획도 되풀이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정통부 계획대로 위피가 해외에 진출한 경우는 거의 없다. (머리에 총 맞지 않고서야 누가 종이 쪼가리를 사겠는가?)

또 이용자들에게는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국가 표준이라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외국 휴대폰들이 국내에 들어오려면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 아이폰이니 구글폰이니도 당연 마찬가지. 게다가 위피 의무 탑재는 아무리 봐도 비과세 장벽이라 만약 FTA가 비준될 경우 미국에서 강력히 요구해 폐지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이미 고사한 우리나라의 허허벌판 모바일 소프트 시장을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평정할 것이다.

정통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이통사와 휴대폰 판매 업체의 관계를 끊는 것이다. 지금처럼 휴대폰 업체들이 이통사에 끌려다니면 언제까지나 이통사가 만든 OS와 SDK를 채택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통사들은 자체적으로 통일된 규격(노키아 심비안 같은)을 채택하게 될 것이고, 결국 하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이통 3사에 관계 없이 다운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정통부가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계를 죽이면서 낭비할 혈세 60억원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치가 떨린다. 이런 거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라고 국회의원들한테 국정감사 하라고 한 건데, 다들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로비력 없는 집단을 위해서 한마디 해 주실 생각은 전혀 없을 테니 정말로 한국 모바일 업계의 미래가 암울하기 그지없다.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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