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교육감을 지지하는 서울대생과 반론

14년 전 내가 S대학 인문대를 들어갔을 때 한 학기 등록금은 80만원이었다. 게다가 (성적이 매우 우수한 편이 아니었음에도) 학생들 중에 가정형편이 나만큼 어려운 사람이 많지 않아서(그렇다고 해서 극빈층도 아니고 그냥 저소득 서민층이었는데도) 이것도 장학금으로 내고 다녔다. 용돈은 과외와 기타 아르바이트로 벌었고.. 대학을 들어가는 데 든 사교육 비용은 고등학교 방학 때 다닌 단과학원 수강비뿐이었으니 나는 여러 국민들과(세금) 기부자들의 덕분에 학업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국립대 등록금도 20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14년의 세월 동안 거의 세 배로 뛴 것이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대학 등록금은 너무 심하게 많이 올랐다. 게다가 대학에 들어가는 데 드는 비용(사교육비)까지 감안하면 요즘에 나 같은 형편의 아이들이 과연 S대를 들어갈 수 있을지나 모르겠다.

문제는 14년 동안 바뀐 것이 단지 등록금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 링크에 있는 글이 정말로 서울대생이 쓴 것인지 모르겠지만(저렇게 비논리적인 글을 쓸 정도로 논술 실력이 엉망인 것으로 보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이라면 정말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차라리 내가 평준화 교육 때문에 S대를 못 들어갔다"는 글이라면 (이해하기 싫지만) 이해라도 된다.

근데 국민 세금 덕에 등록금 때문에 부모 허리는 물론 자기 허리까지 휘면서 간신히 공부하는 다른 사립대생과 달리 반값에 공부를 하는 것은 물론 이후에도 "S대 졸업"이라는 이유로 평생동안 혜택을 받을 인간으로서, 무엇보다 4년이라는 대학 생활 동안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진 밑에서 원한다면 최고의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사람이 고등학교 평준화 교육 때문에 자신의 수학 실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리와 부패 후보를 교육감으로 뽑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고등학교 수학이 자신의 기대치에 미달했다면 학원 다니는 시간 줄여서 한번 더 높은 수준의 수학책을 구해서 공부를 해 보지 그랬나 싶다. 책을 보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고 새벽 1시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오로지 남에 의한 주입식 교육만 받는 요즘 세대들의 한계인가?

평준화 교육보다 과목별 차등화 교육이 학력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은 가능하고 충분히 존중할 수 있다. 하지만 저 글에서 제시한 이유는 논리적으로도 전혀 성립이 안 될 뿐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공부하는 학생의 발언으로 보기에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PS. 모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니, 윗글 쓴 사람이 진짜 S대생이며, 이 글은 무슨 요리사이트인가에 쓴 글이라고 한다. (좌절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블로그를 가 보니 정말.. 안습이다.
http://nastylemon.tistory.com/271
뭐 이런 글을 보면 정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같은 데서 본사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보너스 한푼 못 받고 극도로 낮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파견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는 아는 걸까?
요즘 S대생들, 의무적으로 '공활' 같은 거 시켜야 되는 거 아닌가? (하기 싫으면 국민 세금으로 공부하는 국립대 오지 못하도록 하고)
http://nastylemon.tistory.com/263
요 글을 보니 자신의 성향이 chaotic evil로 나왔다면서 자기는 사실 chaotic neutral이 정확하다고 주장하는데..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심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에서 원래 테스트 결과가 맞는 것 같거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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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3 13:48 2008/08/0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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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재윤 2008/08/03 18:46 # M/D Reply Permalink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저는 S대 생이라고 해서, 그들이 더 윤리적이거나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거나, 아니면 뭐. 노블리스인지도 모르겠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기대하기가 전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이들이 더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바람직한 사회겠지만

    한국은 이미 그런 바람직한 사회로의 희망이 꺼지지 않았나 하는 저는 약간 비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잇습니다.

    요즘 S대는 강남, 서초, 송파 출신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데,

    아시다시피 10년 전만 해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죠.

    그 10년사이 갑자기 강남, 서초, 송파의 학력이 높아졌을까요? 글쎄요. 10년사이 그들의 '사교육'이 더욱 진화했고, 그 사교육이 더욱 공교육 입시에도 약발이 잘 먹히게 됐겠죠.

    역설적이게도, 저는 지난 10년간의 교육 정책에 대한 비판은 여기서 더욱 근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 한국 교육을 저렇게 하다보니, 저런 애들도 S대 가는구나..'

    그런데 문제는 그게 과연 평준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평준화는 이미 박정희 때부터 30년 넘게 하고 있는 건데.

    그렇다면 무엇이 이 교육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아이들을 저 따위로 만들었을까.

    저도 딱히 한 마디로 답을 찾기가 어려워보입니다.

    사회 총체적인 문제이겠죠.

    그냥 저도 답답해서 몇 자 끄적여 봤습니다.

    1. 2008/08/03 21:25 # M/D Permalink

      저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 기대하는 건 아니고요..
      그냥 저런 사람들은 세금으로 공부시키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 싶어요..
      국민 세금 안 쓰고 그냥 비싼 사립대학을 가거나 차라리 미국 아이비 리그를 갈 것이지, 싶기도 하고..

      지난 10년 동안 갑자기 강남구 자제들이 몰려들게 된 것은.. 사실 평준화 때문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여러 '특목고'가 생기면서 사실상 고교 평준화가 파괴됐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요즘은 초등학생 때부터 특목고 입시를 위해 애들이 고생을 하고 있고, 중학생 때는 완전히 입시 체제로 전환되지요.. 그냥 '뺑뺑이' 돌리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졌어요.

  2. 늘푸른오리 2008/08/03 23:45 # M/D Reply Permalink

    사람들이 기를 쓰고 학벌에 목을 매는 경향이 더욱 심하지만, 학벌이 갖는 가치는 점차 줄고 있지요. 서울대 앞 서점에 삼성직무적성검사 기출문제집이 등장한 지도 벌써 몇 년 됩니다. 학벌로 이제 삼성도 갈 수 없는(?) 시대지요.


    똑똑한 사람이 많고, 능력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하나의 출중한 능력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더 중요해지는 셈이지요. 그 능력이 워낙 출중해서 시대가 낳은 이가 아니라면, 학벌을 믿는 독불장군은 결국 사회에서 도태되고 말 겁니다.


    14년 전에도 저런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요. 다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14년 후, 그들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뒤돌아보면, 그렇게 살기 위해 그렇게 세상을 이기적으로 보았는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0년 동안 강남구 자제들이 몰려든 것은, 똑똑하고 돈 많은 부모가 애들에게 돈과 머리를 모두 물려주었기 때문이겠지요. 과거 강남구에 살던 인구구성과 현재 구성이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지혜를 물려준 것 같지는 않으니, 앞으로도 별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1. 2008/08/04 10:02 # M/D Permalink

      "지혜를 물려주지는 않았다"는 말씀이 와 닿네요. 그럼 걱정 없는 건가요? ^^

  3. 진구 2008/08/04 00:30 # M/D Reply Permalink

    펄님 링크를 따라 저 학생 블로그를 갔다가,, 비정규직 글을 잃고,..
    ...이성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긴 뎃글 써본적이 없는듯해요..;;

    학생 글 중.

    "한독협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비정규직들이나
    다 자신들의 '자발적 의지'로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보수가 너무 적다? 정당한 대가를 못 받는 것 같다??
    그러면 그 일을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이다"...

    말도 안나오네요...ㅎ .. 참 보고싶습니다. 그 학생 얼굴좀.^^;;

    1. 2008/08/04 10:02 # M/D Permalink

      역시 젊으셔서.. 혈기가 왕성하시군요. ^^
      근데 정말 '상대조차 할 가치 없는' 수준의 유아적 사고를 하는 것 같아요..

  4. 민노씨 2008/08/04 05:00 # M/D Reply Permalink

    펄님 블로그가 가치없는 링크로 훼손되는 느낌도 살짝...^ ^;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라고 해야죠, 뭐...
    아님 나중에 운이 좋으면 '사람답다'는 그 최소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순간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밖에요. ㅡ.ㅡ;;

    현상태는 최소한의 이성적인 대화를 기대하기 불가능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다소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그것도 오만하거나, 배부른 소리고... 좀 착잡하기는 하네요..

    1. 2008/08/04 10:03 # M/D Permalink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라고 해야죠 -> 네.. 사실 이런 사람한테는 답이 없지요.

  5. 쟈스틴 2008/08/04 08:27 # M/D Reply Permalink

    저도 사범대를 2000년에 졸업했는데요, 어느순간쯤 부터 애들이, 분명히 공부 잘한다는 소리 들었을 법한 애들인데, 바보들만 들어오더구만요. 논리도 없고, 말도 못하고...

    그나저나, 입학할 때는 저도 한 70만원 냈던것 같은데, 졸업할때쯤 되니까 150만원 되더라구요. ㅡㅡ; 아씨... 언능 졸업했어야 했는데, 탱자탱자 세월아 네월아 하다보니... ㅎ ㅡ0ㅡ;

    1. 2008/08/04 10:03 # M/D Permalink

      학교를 오래 다니셔서 변화를 눈으로 목도하셨군요..

  6. 고어핀드 2008/08/04 10:03 # M/D Reply Permalink

    미적분을 공부하지 않고 경제학과를 들어왔다고 하면 2003년에 입학한 저보다 적어도 2년 이상은 후배겠군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자면, 요즘은 저런 후배들이 오히려 더 흔합니다. 지성의 전당? 제 모교지만, 지성 따위는 엿 바꿔먹은 지 오랩니다. 그냥 고등학교 다음에 가는 학교, 혹은 학원일 뿐이에요. 이젠. 논술 교육한다고 고전을 아무리 읽혀 봐야 그 의미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쪼다들이 수두룩하니, 논술 교육 따위는 폐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일년 전에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후배들에게 왜 그러는지를 물어봤는데, 모두 다 "그래도 청계천은 복원했잖아요." 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걸 보고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뭐, 대답하기가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문제이긴 마찬가지겠죠.

    1. 2008/08/04 10:06 # M/D Permalink

      음.. 저런 학생들이 더 흔하다니.. 좌절이군요.
      요즘 학생들은 학점 잘 받는다고 하던데..
      책은 오히려 전보다 안 읽고 생각도 안 하고 사는 것 같네요.
      안타깝네요.

  7. greensun 2008/08/04 13:19 # M/D Reply Permalink

    소위 쪽집게로 공부하는 있는 집 아이들이 서울대를 들어가서 그렇겠죠?

    서울대학생이라면... 똑똑한 사람이기 보다는 머리좋은 사람이라는게 요즘 평판이니까요. 저는 크게 개의치 않게 됩니다. 제 또래아이들이라 그럴까요. 아무튼요.

    비정규직문제는... 누구의 논리가 맞다 틀리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비정규직도 정규직이었다가 비정규직이 되는 비자발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발적'인 경우이기 때문이죠. 비정규직임을 알고도 들어가서 그러는 경우가 없다고는 할 수 없잖아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비정규직문제는
    직접 격어봐야 사람들이 말하는 비정규직 문제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 몸소 느끼게 되겠죠.

    본인들은 서울대씩이나 나왔으니 비정규직과는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 일이 아니므로 그 방면에 대한 생각이 부족할 수도 있겠구요.

    1. 2008/08/06 17:33 # M/D Permalink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누구나 '선택'할 수 있다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경우는 (일부 금융권의 고액 연봉자를 제외하고) 별로 없겠지요. 그런데 그 선택을 '자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8. sonnet 2008/08/05 02:44 # M/D Reply Permalink

    공활 하니 하방을 떠올렸습니다. 마오 주석이 당간부들을 밭좀 갈아보라고 집단농장에 쳐박으실 때, 급속히 관료화되는 당간부들에게는 재교육이 필요하다! 라고.

    1. 2008/08/06 17:33 # M/D Permalink

      공무원이나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 국민 세금을 받아 공부하는 학생 등등에게는 어느 정도의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9. 키엘 2008/08/05 14:46 # M/D Reply Permalink

    서울대생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 등록금을 깍아주는거니까요.

    뭐 저런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요즘에 늘은건 아닙니다. 30년 전에도 많이 있었죠.

    정형근이나 김문수가 바로 그 S대 나온 양반들 아니겠습니까..
    아, 김영삼도 있군요.

    1. 2008/08/06 17:34 # M/D Permalink

      항상 있어 왔지만 학교 다니는 도중에 대놓고 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죠.. 뭐 자신의 수준을 드러내는 표현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긴 하지요..

  10. greensun 2008/08/07 11:24 # M/D Reply Permalink

    자발적과 비자발적의 차이는 단순히 지원이냐 아니면 착출이냐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의지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하자면 책임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라고 정의를 내리는거죠.

    비정규직이 가지는 양면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야합니다. 알고 지원해 들어간 계약직과 일당제 일용직은 차이가 있다는거죠. 아무리 자리가 비정규직밖에 없어서 그것밖에 선택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죠.

    다시말해 공무원도 계약직이 있듯이 비정규직이 모두 나쁜것도 아니고 자발적과 비자발적이 있는데...

    서울대생이 말하는 비정규직은 언제나 전자만을 비유해 말한다는데 소통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겪어볼 기회가 없기때문에 후자의 경우를 짐작하지도 못한다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는 말입니다.

    자리가 비정규직밖에 없어서 그것밖에 선택하지 못한다는 말을 전제로 말한다고 해도.. 이해를 못하겠죠. 경험이 없으니.. 앞으로도.

    //서울대생의 국고지원금을 줄이면... 등록금이 오르면...
    그런다고 달라질까요?... 펄님 말씀대로 세금을 받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의무근로를 시킬 필요성을 느낍니다.

    두시간 과외 두 건 하고 한달에 백만원을 받아가는 현실에서... '임금'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자신들이 받고 있는 혜택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에게서 나온 것인지 좀 알았으면 좋겠네요.

    미래가 보장된 일류대학생이라는 명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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