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슬이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자꾸 한다.
"왜?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데?"
"일 하고 큰 그림책 읽고 싶어요."
일 한다는 건 컴퓨터를 사용하고 싶다는 뜻,
큰 그림책은 어른들이 읽는 글자 많고 두꺼운 책을 뜻한다.
"또 뭐 하고 싶어?"
"하나, 둘, 셋, 넷, 세고 싶어요. 악기도 연주하고 싶어요"
이틀 내내 같은 소리를 하는 걸 보면 정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가 보다.
"엄마는 오히려 한슬이 같은 어린이가 되고 싶은데?
어른이 되면 회사도 가야 되고 놀지도 못하거든."
한슬이가 어른이 되면, 어떤 세상이 돼 있을까?
한슬이가 결혼할 때가 되면, 지금보다는 좀더 다른 세상이 돼 있겠지?
우리 외할머니가 시집 왔을 때와 우리 엄마가 시집 왔을 때가 달랐던 것처럼,
우리 엄마가 시집 왔을 때와 내가 결혼했을 때가 달랐던 것처럼,
내가 결혼했을 때와 한슬이가 결혼할 때는 분명 다를 거라고 믿는다.
평범한 여성이 결혼을 함으로써 영혼을 잃고 누구의 며느리, 아내, 엄마로서만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모두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엄마도 아빠도 딸 혼인 날 눈물 흘리지 않고 오로지 축복의 마음만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슬아,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은,
아니 유일하게 잘 한 일은 너를 낳은 거란다.
네가 어른이 되어도 지금처럼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게 엄마가 가장 소망하는 거란다.
Posted by 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