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오프 후기입니다~

지난주 목요일, 그러니까 20일 종로의 '달의 뒷편' 분점인 '양재기와 주전자'에서 있었습니다. 한번도 안 가 본 곳이지만 인터넷에서 평가가 좋길래 예약했는데 말 그대로 '주전자'에 담긴 동동주를 '양재기'에 따라 먹는 곳이었습니다. 분위기 있고 아담한 방, 비교적 저렴한 안주 가격 등 여러 면에서 괜찮았습니다.

참석자는
너바나나님, 민노씨, 미친고양이님, 이승환님, 필로스님, 정신병자님, 저였는데, nova님과 sonnet님은 회사 일이 너무 많아 못 오셨고 히치하이커아틸라님도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60% 간신히 넘기는 사상 최하 투표율과는 전혀 달리 모인 7명은 모두 전날 대선에서 한표를 행사했더군요.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MB가 당선됐기 때문인지, 정치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는 조금씩 우울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밖의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열띤 대화의 장이 펼쳐졌는데요, 근처의 퓨전 술집에서 2차를 가지며 새벽 2시30분까지 있었는데도 정말 재미있게 대화를 나눠서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날 다른 분들에 의해 '정리의 달인'으로 꼽힌 민노씨께서 바로 다음날
후기를 올려주셨는데 모임 주최자인 제가 이렇게 늦게 후기를 올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그 다음날 부서 망년회 때문에 폭탄주 여러 잔과 와인을 마시며 역시 새벽 2시 30분에야 끝났더니 몸이 너무 피곤해 주말에 몸살까지 났습니다. 아무래도 지난주 세비야에서 일주일 내내 걸어다니며 피곤했던 것이 안 풀린데다 연 이틀 과음을 했더니 체력이 바닥난 모양입니다. 지금도 해열제를 먹고 간신히 버티는 중입니다.

모임에서 한 이야기들과 참석자들에 대한 간단한 인상을 적어볼게요.

너바나나님은 블로그와 실제 모습이 정말 일치하는 분이었습니다. 머리를 거의 밀다시피 짧게 깎으셨는데 잘 어울리더군요. (두상이 예쁘시더군요, 저는 두상이 이상해서 그렇게 깎는다면 괴상해 보일 겁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그네'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아홉그루님은 지금 일본에 있어서 못 만나는 중이지만 곧 내년에 오신답니다.

민노씨는 이날 단연코 가장 말씀을 많이 한 분입니다.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말했는데, 귀여니의 시를 시로 인정하느냐 마느냐(아니면 귀여니의 시가 어느 정도 읽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는 토론이 기억에 남는군요. 황지우를 좋아하는 민노씨의 귀여니 탄핵(?)과 귀여니가 소구하는 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층의 반론으로 민노씨는 '엄숙주의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근데 이 논쟁은 필로스님의 'BL' 발언으로 일거에 정리됐습니다. 곳곳에서 들어오는 포스팅을 분류하면 귀여니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BL이 훨씬 엄청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 모두 할 말이 없었습니다;

민노씨는 팟캐스팅에 대한 얘기도 하셨는데요, 저와 상당수 블로거 분들이 팟캐스팅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민노씨는 그 가운데서도 가능성을 찾으시더군요. 특히 '블로거의 실제 목소리를 듣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도 충분히 긍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가급적 팟캐스팅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럴 경우 얼마 안 되는 이 블로그 구독자가 모두 떨어져 나갈 듯합니다)

미친고양이님은 실제 나이(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분 블로그를 잘 읽으면 나와 있듯이 군대 갔다온 남자라는 것만 밝혀둡니다)보다 6~7살은 어려 보이는 동안이었습니다. 미소년 틱한 외모가 약간은 여성스러운 블로그 문체와 역시 잘 어울렸어요. 말씀을 많이 하시진 않았고 주로 듣는 편이었지만 모임을 즐기신 것 같습니다. 올블이나 블코 같은 메타에 피드를 하지 않으셔서 좀 덜 알려지긴 했지만 미친고양이님 블로그 정말 추천할 만하니 꼭 들어가 보세요.

이승환님은 블로그에 있는 수많은 자학적 개그와는 다르게 비교적 준수한 용모를 지닌 대학생이었습니다. 블로그의 '글빨'과 달리 그날 많은 말을 하시진 않았지만 가끔 촌철살인적 한 마디를 척, 날리시더군요.

필로스님은 블로그 코리아를 운영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습니다. 특히 지난번 한블연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누군가 블로거들을 대표하는 단체를 결성할 것을 대비하여 블로거들 중 여론 주도층이 그런 단체를 만들 필요성도 있다는 말씀을 하셔서 이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참가자들이 이번 선관위의 무분별한 블로거 탄압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만한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관심사나 계층이 완전히 다른 수많은 블로거들을 모으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블로거들이(아무리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더라도) 만든 단체를 다른 블로거들이 인정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필로스님은 한블연과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면서, 블로거들의 대표인양 행세하는 한 블로거의 경우 정부가 접촉 대상으로 인식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해당 블로거의 신원이 밝혀질까봐 입조심하겠습니다.)

가장 늦게 오신 정신병자님은 닉과는 전혀 다른 '정상인'이었어요. 팟캐스팅을 포함해 모든 주제의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는데, 직접 제기한 주제가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흑, 죄송합니다. 제가 술 많이 먹으면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너무 즐거웠던 하루였고, 다음에도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생각이 많으셔서 꼭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국정원' 요원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었던 sonnet님도 담 기회에는 꼭 만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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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23 18:02 2007/12/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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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재기와 주전자 오프 후기

    Tracked from 민노씨.네 2007/12/23 20:33 Delete

    0. 펄님께서 제안하신 블로거오프가 어제 종로에서 있었다. 대략 오후 7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 30분까지. 1. 참석자는 너바나나님, 미친고양이님, 이승환님, 펄님, 필로스님, 정신병자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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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07/12/23 20:32 # M/D Reply Permalink

    제 후기가 너무 주관적으로 작성되서 좀 민망한 기분이었는데... ㅎㅎ
    제 후기의 부족함을 이렇게 채워주시는군요. : )
    트랙백 쏩니다.

    p.s.
    1. BL(Boys Love)나 그 일종인
    야오이( http://ko.wikipedia.org/wiki/%ec%95%bc% ··· 59d%25b4 )는 그다지 접촉(?)해본바 없지만...
    위 한국어 위키의 야오이에 대한 해제는 재밌네요.

    그리고 모임에서도 강력히 항변했지만... 저 엄숙주의자 아닙니다. ㅠ.ㅜ;; (ㅎㅎ)

    2. 한블련 사태(해프닝?)과 블로거의 대표를 자임하는 듯 행동하시는 일부 블로거의 문제는 앞으로도 좀더 논의되어야 마땅할 것 같습니다. 저는 활동의 실질이 담보되다는 전제로 많은 자발적인 블로거들의 모임과 느슨한 커뮤니티가 많아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그런 활동이 '아름아름' 인정되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역시나 어떤 조직(?)이 영속성을 갖고 꾸준하게 유지되고, 그 활동의 실질을 만들어가는 문제는 '자발성'만으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ㅎㅎ 암튼 너무 심각하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즐거움을 바탕으로 한 모임들이 여기저기서 만들어지고, 그 모임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여전히 들네요.

    3. 끝으로 몸조리 잘 하시구요. 메리 크리스마습니닷. : )

    1. 2007/12/24 10:04 # M/D Permalink

      흐흐..
      엄숙주의자가 아닙니다..라고 그 자리에서도 계속 주장하셨지만.. 아무도 인정 안 하던데요.. ^^;;

      말씀하신 2번의 문제는 저도 이날 하루 토론에서 끝나지 않고 여러 블로거들이 논의를 확장해 나갔으면 합니다. 그날 참석하신 분들이 좀더 생각을 정리해서 포스팅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다른 분들도 함께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2. 정신병자 2007/12/23 23:37 # M/D Reply Permalink

    ...^^^; 제 블로그 포스트에 있는 "지지후보가 없는 경우, 투표 자체를 거부하고 각 당들이 새롭게 후보를 낼 권리" 에 대해 몇번 던지긴 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시더군요...^^^;

    다음에 모임 있을 때는 얘기거리 많이 준비해 가서 기억에 확 남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 2007/12/24 09:37 # M/D Permalink

      아 맞다, 그 얘기 하셨죠.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진 건 아니었고, 뭐랄까 그날 분위기는 선거 얘기는 의도적이든 아니든 잘 안 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당선 직후여서 좀 우울한 소재였거든요;;

  3. (par)Terre 2007/12/24 12:01 # M/D Reply Permalink

    재밌었겠네요. ^^
    (왠지 무거운 내용의 대화가 오갔을 것 같아 안가길 잘했다고 위안하고 있습니다;; )

    1. 2007/12/24 17:20 # M/D Permalink

      무거운 얘기일 수도 있는데, 현장에서는 전혀 무겁지 않게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답니다.

  4. 너바나나 2007/12/24 18:05 # M/D Reply Permalink

    늦게 올리신 것 보니 쌈에서 지셨나보구만요!
    여튼 일치한다는 얘기는 온라인에서도 드럽더니 실제로 보니 역시 인상이 드럽다라는 뜻 같구만요.우워워~
    펄님은 생각보다 무척 유쾌한 분이시더만요. 살짝 걱정을 하면서 고민 끝에 갔는디 덕분에 무쟈게 즐거웠심다. 담에도 또 쏘세요~ 흐흐

    1. 2007/12/25 15:08 # M/D Permalink

      재미있었다니 정말로 다행이네요~
      생각보다 유쾌했다는 말씀도 감사합니다. ;)
      돈 좀 모아서 봄에 한번 더 쏠까요?
      꽃 구경!

  5. 미친고양이 2007/12/25 01:04 # M/D Reply Permalink

    포스팅도 뜸한 제 허접한 블로그를 과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오면 좋겠습니다.

    1. 2007/12/25 15:09 # M/D Permalink

      재미있게 보내셨나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또 이런 기회 만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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