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서 미국 민영의료보험제도의 폐해가 인터넷을 통해 많이 나오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미국의 의료보험이 어떤지, 왜 그렇게 힐러리가 영부인에서 머물지 않고 국민개보험(한국과 같은 국민 모두에게 부여하는 국가 의료보험)을 도입하려고 했는지, 사람들이 몰랐지만 그 사이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을 왔다 갔다 하고, 또 수많은 학생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오고 하면서 미국 의료보험제도의 실상이 알려졌다.

그런데 뉴욕에서 의사로 일하시는 이 분은 미국의 의료보험제도가 부당하게 비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http://ko.usmlelibrary.com/entry/america-health-insurance

간단히 요약하면, 미국의 의료보험이 욕을 먹고는 있지만 극빈층이라고 해도 일단 목숨이 경각에 달린 채 ER에 들어가기만 하면 생명을 구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2700만원 정도의 어마어마한 입원비가 나와도 청구서를 그냥 쓰레기통에 넣어도 된다. 즉, '돈이 없어도 치료 못 받는 건 아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인들에게 미국의 의료보험이 욕을 먹게 된 계기는 의료보험에 가입을 안 하고 있다가 병원에서 어마어마한 청구서를 받고 화가 난 한인들의 사례가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란다.
저와 함께 근무하는 사회주의식 의료제도를 경험해본 유럽 출신의 동료의사는 단언하더군요. "미국 의료 제도가 환자들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도이다" 라구요.
이렇게도 말했다.

이에 대해 많은 비판 댓글이 달렸다. 주로 "극빈자들이 치료를 받고 청구서를 쓰레기통에 넣는다는 게 모든 일반인한테 적용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환자들이 아니라 의사들한테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도가 미국식 의료제도다" 같은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주인장은 계속 답글을 달다가 지치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난독증'을 탓했다.

1. 저도 한국이 미국식 제도 베끼는 것 반대합니다.
2. 유럽식과 절충한 우리만의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3.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제도 문제가 많습니다.
4. 이명박을 비판해도 편견이 가득한 주장으로 비판하면 반드시 집니다.
5. 중증환자, 만성질환자는 국가에서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6. 양심적인 의사를 도와야 우리나라가 희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포스팅 자체만 보면 절대 1~6번과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글을 "한국에서 뭇매 맞는 미국 의료보험제도"라는 관점에서 쓰시면 안 됐던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돈없이 일단 응급실 쳐들어가면' 치료해 준다는 점은 인정. 반면 한국은 돈 없다고 여기저기 응급실 떠돌다가 숨지는 사례가 일년에도 한두 번씩 기사화되는 것도 사실. 하지만 이는 '의료보험제도' 자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제1가치로 생각하는 의식 때문이다.

만약 이 두 가지가 상관관계가 있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를 폐기하고 미국식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할 경우에는 응급실 떠돌다가 숨지는 환자가 발생하지 않겠네? 진짜 그렇게 될까? 비 의보환자(일반 진료 환자)들로부터 돈을 많이 버니까 극빈층이 응급실로 쳐들어왔을 경우 무료로 진료해 줄 각오하고 일단 생명부터 살리자고 할까? 종합병원 응급실에도 야간에는 인턴들만 배치하는 울나라 병원들이 퍽도 그렇게 하겠다..

즉 독자들의 난독증이 문제가 아니라 글쓰신 이가 잘못 쓴 거다. 글을 아예 읽지도 않고 제목만 보고 댓글을 다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난독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댓글 다신 분들이 대부분 글을 아주 잘 읽으신 것 같다.

물론 미국 같은 시장경제적 의료제를 도입하지 않는 유럽국가들의 경우 외과 같은 힘든 과목 의사들이 크게 부족하고, 난치병에 대한 연구라든지 좀더 확실한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촉진하지 못하는 경향이 생길 수는 있겠다. 하지만 진짜 팔 한번 부러지면 20~30만원씩 내야 할 정도로 비싼 병원비 때문에 엄청난 수의 신불자가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사실. 과연 의사 입장에서가 아니라 국민들 입장에서 어떤 게 차악일까? 나는 우리나라의 현재 건강보험제가 유럽과 미국의 장단점을 나름 절충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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