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수요모임 뒤늦은 후기

지난달 초 언론재단에서 공모한 블로그 연구모임 지원 대상에 응모했다가 선정이 됐습니다.
블로그래픽(http://blographic.net)의 실패라는 쓰라린 경험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한달에 한번씩 세번 연구모임을 열면 되는 식이어서 일단 해보기로 했습니다.

첫 모임은 '팀블로그, 블로그 네트워크 부재현상에 대한 논의'를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참석자는 저와 민노씨, 강정수, 써머즈, 한날, 이승환 및 객원 참가자 진민정씨였고요..
9월 16일 저녁 '박씨 물고 온 제비'라는 인사동 주점에서 했습니다.
(장시간 토론하는 와중에 3명의 흡연자가 계속 줄담배를 피워서 그런지 귀가할 때쯤에는 머리도 멍하고 목도 쉬어서 말도 안 나왔습니다. 다음날 벼원에 갔더니 후두염에 걸렸다고 하더군요. 일주일 넘게 고생했습니다. 간접흡연의 폐해는 심각합니다;;)

실패에서 배운다는 취지로 블로그래픽의 실패가 남긴 교훈과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팀블로그는 어떤 성격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도중에 강정수씨가 새로운 팀블로그의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셨습니다. 독창적이고 좋은 아이디어였는데 이 주제에 대해서 얘기하다가 정작 본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한날님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다음 10월 모임 때는 강사도 초청하고(강연료도 언론재단에서 준다고 합니다) 발제문도 참가자들이 좀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모임에서 오간 얘기들을 정리해 보면,

우선 '실패한' 팀블로그와 '잘 운영되는(성공한)' 팀블로그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블로그래픽을 포함해 뭔가 특별한 주제가 없거나 주제의 범위가 넓은 팀블로그의 경우 잘 유지되지 못하는 반면 영화, 만화, 야구 등 마니아 또는 동호회 같은 특성이 있는 팀블로그는 잘 운영된다는 데 대부분 공감했습니다. 전자의 경우 '협업'을 통해 그럴 듯한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책임 있는 에디터도 '오래가는 팀블로그'의 필수 요건으로 꼽혔습니다. 오래 전 '웹진' 모델은 오프라인 잡지와 같이 편집장이 있었지만 팀블로그의 경우 그렇지 않아 각자의 책임감이 느슨해지고, 결국 팀블로그가 와해되는 일이 일어납니다. 영화, 야구 등 잘 운영되는 블로그는 팀원들의 자발적 특성을 유도하는 동호회적 특성뿐 아니라 주도적으로 팀블로그를 운영해 나가는 리더들의 역할도 한 몫 했다는 것입니다.

팀블로그를 운영하려면 초반에 멤버들의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리더 내지 에디터의 문제와 겹치기는 하지만 초반에 열정을 갖고 노력해야 계속 새로운 인원을 충원하면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블로그래픽의 실패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 '자신의 블로그와 팀블로그 중 어디에 기고를 하느냐에 대한 갈등'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블로그래픽 멤버들이 어떤 글을 자기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어떤 글을 블로그래픽에 송고해야 하는지 갈등했고, 대부분 자기 블로그에 애착을 갖고 있다보니 블로그래픽에 소홀해졌기 때문입니다.

강정수씨는 새로운 팀블로그에 대한 제안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그건 각자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블로그에 대한 애착을 버리기 힘들어 팀블로그에 동시 송고를 하더라도 만약 팀블로그가 그 자체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된다면 팀블로그에 더 자주 송고하려는 의욕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상으로 16일 주제와 관련한 논의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사실 그날 더 뜨겁게 얘기가 오간 것은 강정수씨가 제안한 '넷 폴리티코'라는 팀블로그였습니다. 우리나라 IT관련 블로그는 팀블로그건 개인블로그건 대부분 '신상품 소개'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 상의 소비자 주권이나 발언의 자유 등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곳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블로그를 만들고(저작권법이나 인터넷의 자유와 관련된 법 전문가 포함) 정부 정책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는 것입니다.

독일에서도 이러한 사이트가 있다고 합니다. 이 사이트가 주목을 받게 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면 오프라인에서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고요.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이에 대한 수요도 많을 것이라 생각해서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구상 단계이고 충분한 필자를 모은 다음에 출범할 계획이어서 출범 시기는 상당 기간이 걸릴 듯합니다.

다음 모임은 10월 14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주제는 "기성 미디어(신문, 방송)와 뉴 미디어(블로그, SNS, SN)과의 상생적인 공생모델은 가능한가"이고요.. 많이 거창한데 민노씨가 쓴 초안을 보면 이렇게 설명이 돼 있습니다.

블로그 역시도 새로운 웹 미디어의 진화에 따라 오래된 기성미디어가 된 것 같은 착시현상을 겪는다. 특히 최근 트위터와 미투데이를 비롯한 새로운 웹 미디 환경의 변화는 무선웹 환경, 모바일 혁명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이런 급속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 특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제들의 발전에 따라 블로그와 기성미디어들은 이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강연자도 초빙하고 발제문도 만들까 생각 중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나 강연자가 있으면 자천, 타천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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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5 19:26 2009/10/0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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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요 블로그 연구모임 1차 : 아주 짧게

    Tracked from 민노씨.네 2009/10/07 04:37 Delete

    좀 늦었다. 기억에 의존해서 쓴다. 작성자의 편견과 주관적 인상들에 의해 그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우선 밝힌다. 핵심 논의 사항들만 적는다. 어떻게 정리하는게 효율적인가 생각해 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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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닉스 2009/10/06 21:10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저도 요즘 화두가 블로그의 활성화인데요.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도 하루 방문자 200명 채우기가 힘들더군요. 최근에 정말 제가 홍보 방법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글에 태그를 붙이지 않으면 티스토리 메인의 분류에도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동안 제가 얼마나 섬에서 살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내친 김에 다음뷰등에도 발행을 하는 등 다양하게 시도를 해 보고 있습니다. 악습이지만 글을 쓰게 되면 모든 경험을 글감으로 여기게 되지요. 우선 방문자 수 증가에 힘써보고 이 경험을 "유씨시의 영혼들" 후속으로 한 번 써보고자 합니다.

    블로그 글쓰기의 목적과 방문자 수 감소에 따른 좌절 그리고 자전거 굴리기와 같은 덧없는 홍보...... 블로그 글쓰기가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의식이 그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2. 민노씨 2009/10/07 04:36 # M/D Reply Permalink

    드디어 쓰셨군요. : )
    그 때 이야기 나눈 풍경들이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네요.
    발제문 기대하겠습니다!
    저도 부족하나마 의견 보탤께요. (보탤게요, 보탤께요.. 뭐가 맞나요?)

    추.
    지난 번 전화로 이야기 나눈 외부인사(강연인사?)와 이 주제는 약간 엇갈리는 것 같기도 한데요(아닌가?). 또 따로 생각하고 계신 분이 계신지요?

  3. 소셜로그 2009/10/19 18:56 # M/D Reply Permalink

    공감가는 글이네요.. 협업도 헌신과 희생 으로 부터 나오지 않을까요.. 저도 팀블로그를 운영하곤 있지만 곧 접을것 같습니다. 스스럼없이 유지되는 팀블로그 ....어떻게 만들수 있을지... 고민되네요..

    1. 2009/10/22 10:15 # M/D Permalink

      피알 팀블로그 말씀이군요.. 들어가 보니 소셜로그님 혼자 고군분투하시는 게 느껴져서 안타깝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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