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대학로의 이탈리아 식당 '비오니아'.
(보통 와인을 직접 가져가면 병당 2만원 정도 받는 다른 레스토랑과 달리 여기 사장님은 "8명 정도의 많은 인원이 저녁 식사를 하나씩 주문한다면 와인 2병 정도는 그냥 가져와서 마셔도 된다"고 제안해 주셔서 여기로 정했습니다. 10명 정도가 편하게 소파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사장님 서비스 정신이 좋으니 모임 장소로 추천합니다. ^^)
원래 누군가를 초청해서 강연을 듣고 토론을 하는 식으로 진행해 보려 했으나 일정이 안 맞아서 대신 참석자 각자가 주제와 관련해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써 와서 발표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눈 좋은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3차 모임도 굳이 외부 손님을 초청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민노씨(http://minoci.net/974)께서 말씀하신대로 "트위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어떤 기쁨, 즐거움을 주는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다음은 논의 내용입니다. (주제별로 나눠 쓰느라 시간 흐름은 뒤섞여 있습니다. =>는 해당 논지에 대해 반론과 재반론이 이뤄진 토론을 나타냅니다.)
(1) 트위터와 블로그는 제로섬 게임인가.
민노씨: 사전 준비글(http://minoci.net/972)에 나와 있듯, "트위터=블로그 킬러"인가 하는 문제, 블로그와 트위터가 제로섬 게임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또 블로그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지,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펄: 트위터와 블로그의 관계를 보면, 우선 내 경우에도 트위터를 하면서 블로그 포스팅을 자주 하지 않게 됐다. 나뿐 아니라 다른 블로거들도 비슷한 케이스를 많이 봤다. 내 경우 그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뉴스를 소비'하는 형태의 블로깅은 굳이 블로그에 길게 쓸 필요 없이 트위터에 140자로 띄우는 게 빠르고 편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진지하고 심도있게 글을 쓰고 싶을 경우에는 블로그에 쓰지만 무언가 뉴스가 생겼을 때 직관적으로 느끼는 바를 나누고 싶을 때는 트위터를 이용하게 된다.
한날: 트위터와 블로그는 상호 보완재라고 본다. 블로그에 댓글을 다는 대신 트위터로 퍼 가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왜 트위터에 댓글을 안 다느냐고 불평하는 블로거도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링크를 퍼가는 사람들이 트위터에 가벼운 댓글을 다는 것이다.
(다음은 트위터와 블로그에 대한 열띤 토론 내용입니다. 계속 이어져서 별도로 빼지 않았습니다.)
강정수: 블로그를 트위터가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열혈 트위터 사용자=열혈 블로거들이었고 이게 트위터=블로거 킬러가 되는 문제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은 두터운 블로거 층을 갖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이 문제는 블로거 층을 두텁게 만들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트위터는 마이크로 블로그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툴이다. 쓰지 않고 보기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 민노씨: 이외수는 단문블로그 생산자로서 실존이 각인돼 있다.
=> 한날: 네이버 블로그나 이들루스 밸리에 가면 트위터처럼 블로그하는 사람들이 많다.
=> 강정수: 물론 트위터를 생산도구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허핑턴 포스트에서 어떤 기자는 1000개의 트위터로 온라인뉴스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외수나 허핑턴 포스트 사례는 일부일 뿐 보편적인 트위터 이용 행태는 아니다.
=> 한날: (우리나라) 블로그 글보다 여학생이 문자 날리는 게 (양적으로) 더 많을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정리된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 민노씨: 트위터가 한시적이라도 (국내에서) 블로그 활동을 위축시킨 것은 확실하다.
=> 강정수: 블로그의 적은 트위터가 아니라 학원 버스다. 트위터나 블로그나 근본적인 진입장벽은 시간이다. 커뮤니케이션이 꽃피려면 아이들이 학원이 아니라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언론사가 기자를 뽑을 때 블로그를 본다고만 해도 우리나라 블로그 층이 더 두터워질 것이다.
=> 새드개그맨: 블로그에 대해 비관적이다. 블로그가 흥하기 위해서는 쓰는 층뿐 아니라 읽는 층도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이 줄어들면 쓰는 사람도 포스팅할 메리트가 줄어들기 때문. 그런데 블로그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어렵고 블로그 이외에 다른 재미있는 매체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쓰는 것보다 읽는 게 더 부담이다. 트위터, 미투데이의 소비욕구가 늘어나는 것은 장문을 소비하는 욕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독자가 줄어드니 쓰는 사람들도 반응이 잘 오는 (트위터 같은) 쪽으로 집중되는 것이다.
=> 써머즈: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블로그는 전세계적으로 충분히 성숙한 서비스다. 이미 하락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고, 다시 유행할 시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 강정수: 귀차니즘이라는 것은 시간의 제약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의 특성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10년 뒤에도 이럴까? 커뮤니케이션의 툴을 재단하기보다 지켜보자. 어쨌든 내 입장은 문제는 '툴 간의 대립'이 아니라 '제한된 시간'이라는 것이다.
=> 새드개그맨: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만족감이나 효용을 느껴야 하는데 커뮤니케이션의 만족감을 대체할 만한 엔터테인먼트 꺼리가 많다. 동영상, 게임, 만화 등. 사람들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드라마를 본다. 무한도전, 남자의 도전 이런 것들을 본다. 수동적이지만 이게 인기가 있다.
(2) (블로그, 뉴스 등) 유통 채널로서의 트위터
펄: 유통채널로서 트위터를 보면, 요즘 RSS 리더 잘 안 쓰고 뉴스사이트도 잘 안 들어간다. 트위터 사용자에게 트위터는 최고의 채널이다. 오늘 논의된 트렌드를 RT 수로 보여주는 매시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강정수: (유통 채널로서) 트위터와 RSS리더의 차이를 생각해 봤다. 트위터는 오픈돼 있고 RSS리더는 개인만의 폐쇄적인 서비스다. 현재 인터넷에서 링크가 오가는 점유율을 보면 SNS인 페이스북이 이메일을 앞질렀고 그 다음이 트위터다. 그런데 트위터의 충성도는 매우 높다. 토론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그래서 CNN, 뉴욕타임스 등에 트위터를 통해 유입되는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는 해당 링크를 추천해 준 사람에 대한 충성도(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델리셔스, digg 같은 추천 웹서비스들이 트위터에 점차 밀리고 있다.
트위터가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RSS리더의 대체효과는 있을 수 있다. RSS리더는 RSS라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대중화에 결정적 한계가 있다. 반면 트위터는 RSS리더의 폐쇄성과 달리 오픈돼 있어 산만하다.
우리 세대는 완결적, 폐쇄적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만 지금 십대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 시대의 시대정신에 맞아 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툴이 발전할 것이다.
한날: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모두 SNS라고 하지만 페이스북은 커뮤니티성이 강하고 트위터는 메신저 성격이 강하다. 전세계의 범용 메신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매니아 성향이 강한 서비스이지만 이렇게 범용성을 획득할 경우 유통채널의 파워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해시태그나 팔로잉 시스템은 필터링을 가능하게 한다.
(3) 트위터는 한국에서 성공할까
링크: 트위터에서 팔로잉 수가 100명을 넘어가면 넘쳐나는 정보 처리를 못하게 된다.기본적으로 인터넷은 4가지 서비스로 압축되는데, 이메일 게시판 홈페이지 메신저가 그것이다. 이메일이 망한 이유는 스팸메일 때문인데, 광고성 트위터가 넘쳐나면 역시 트위터도 위험하다. 다만 이메일과는 달리 원치 않는 계정은 언팔로나 블록이 가능하므로 이메일에 비하면 덜 위험할 수 있다.
써머즈: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붐을 이룬) 서비스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포털(야후)이 있었고 여기에서 이메일, 게시판, 디렉토리 등을 서비스했다. 다음으로 검색이 있는데 구글로 통합됐다. 다음에 웹 2.0이란 개념이 나왔는데 이것은 블로그(텍스트 콘텐츠 생산)->유트브, 플리커(동영상, 사진 등 비 텍스트 콘텐츠 생산) 등이 인기를 끌었고, 다음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이 인기를 모았다. 미국의 경우 기존 미디어들이 블로그 때부터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SNS도 일종의 홍보 수단으로서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모바일 망 자체가 폐쇄적이다. 자기가 모든 걸 해야 한다는 자기 완결의 강박관념이 인터넷에 존재한다. SKT와 KT는 망을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자기가 다 하려고 한다. 데이터통신 요금에 따른 진입 장벽도 크다. 따라서 모바일이 새로운 동력이 되기에 갈 길이 멀다.
새드개그맨: 직관적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블로그도 안 될 것이고 트위터도 잘 안 될 것 같다. 블로그는 노력을 많이 투하해야 하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안 될 것이다. 트위터는 우리나라 정서와 잘 안 맞는다. 우리나라는 지인들과 '감성적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데 트위터에는 그런 정서적 성격보다는 정보 유통 매체적 성격이 더 강하다.
이메일과 모바일이 연동되는 순간 모바일은 망할 수 있다. 상업성 메일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위터는 사용자의 피동화를 가속화한다. 컨텐츠를 생산하는 팔로잉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나머지는 구경꾼이다. 용산사태 기념일 촛불집회의 장소를 물어보려고 트위터에 올렸는데, 나를 팔로잉하는 사람이 50명밖에 안 돼서 답변을 얻지 못했다.
한날: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로서는 성공하지 않을 것 같지만 플랫폼으로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근 게임기인 엑스박스와 닌텐도 위도 트위터를 연동시켰다. 사실 트위터는 서비스 자체도 웹보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속하는 비율이 더 높다(60%). 트위터는 매쉬업을 하기가 매우 편리하다. 만약 SKT나 KT가 이러한 흐름을 본다면 (우리나라 최대 메신저인) 네이트온 메신저를 오픈했을 것이다. 실제로 네이트닷컴의 뉴스서비스를 보면 네이트온의 투데이에서 링크를 타고 오는 경우가 많다. 만약 (네이트온)개방을 한다면 폭발적일 것이다.
강정수: 트위터든 미투데이든 하나의 경험이다. 한국사람들은 이메일을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지만 독일은 넘버원 소통수단이다. 휴대폰 문자는 거의 쓰지 않는다. 그들은 실시간 소통이라는 것을 트위터로 첫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폭발적 반응을 보였고, 그런 경험이 주는 의미는 크다. 연예인 마케팅을 하든 어떻든 경험이 주는 의미가 크다.
한국은 휴대폰 문자로 소통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바일 기반 실시간 소통의 저변은 더 많이 마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 모바일 망이 개방된다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뉴스의 성장은 9.11이라는 사건이 계기가 됐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큰 사건이 오면 미디어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다가오는 대선 등 어떤 계기가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의 툴이 작용하게 돼 있다. 이때 어떤 툴이 효과적일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란 시위 때는 트위터가 하나의 툴이 됐다. 촛불 시위 때는 아고라가 그러한 욕구를 해소하는 공간이 됐다.
(4) 트위터와 미투데이
새드개그맨: 트위터는 쌍방향 대화도 오가긴 하지만 주로 일방적인 스트리밍이 강하다. 팔로어와 팔로잉 관계는 쌍방향 대화와 친하지 않다. 대화를 중요시하는 우리 정서와 다르다. 트위터의 본질적 특성은 상호 감성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반면 미투데이는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요구사항이 바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연예인 마케팅도 그 일환이다. 싸이월드가 초창기에 연예인 마케팅을 해서 성공했다.
한날: 최근 미투데이가 업데이트를 2번 했는데 현재 모습은 트위터와 많이 비슷해졌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많이 다르다. 미투데이는 맥락을 유지해 준다(댓글시스템). 또 친구 관계가 너무 끈끈해서 오히려 부담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투데이도 친구 관계보다 글을 좀더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미투데이의 장점은 팬들의 스토킹이 편하다는 것이다. 스타들이 셀카도 찍어 올리고 휴대폰 문자로 받아볼 수도 있다.
강정수: 독일에서 트위터가 유행하자 비슷한 서비스들이 십여개 생겼는데 조금씩 변형하면서 맥을 잘못 짚어서 모두 망했다.
써머즈: 만약 트위터가 한국 사람이 개발해서 수천만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면 현재처럼 단순한 모습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룹 채팅은 물론 카페, 광고 등등 오만가지 것들을 넣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투데이가 계속 갈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5) 기타 논의
신비: 어제 소셜네트워크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좌담회를 가졌다. 예상보다 폭발적으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시민운동가들은 사람들이 조직되는 양태에 대해 관심이 있다. 즉 오프라인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모금, 이벤트, 아나바다 등 오프라인 조직에서 하는 일이 트위터에서도 일어나고 있는데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많았다. 그래서 트위터와 블로그가 대립되는 관계라기 보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대립되는 것 같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예를 들면 촛불시위 때는 문자로 시위가 조직됐다. 온라인-오프라인이 만난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폰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한날: 트위터의 일본 열혈 이용자(여성) 한 사람이 초창기에 트위터 본사에 계속 건의하여 일본판 트위터를 만들었다. 일본에 맞게 그루핑 기능도 추가했다.
펄: 개인적으로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약간의 정체성 문제를 겪었다. 블로그에서 나는 '최진주 기자'이기보다는 (물론 숨기지는 않았지만) '펄'이라는 필명으로 존재했는데, 트위터에서는 최진주 기자라는 오프라인 정체성이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진다. 블로그에서 알았던 사람은 펄이라고 불러주지만 트위터를 통해 처음 안 사람들은 최진주 기자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위터는 자기 얼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실명은 물론 직업까지 밝히는 등 기존의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 행태(필명 강조, 익명성 강함)와는 큰 차이가 있다.
Posted by 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