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가 미녀를 얻는 법

영화배우 유해진이 김혜수랑 사귄다는 게 화제가 됐다.
다른 연예인들의 열애설이 발표되면 "누가 누구보다 아깝다"는둥, "실망"이라는둥(왜?) 하는 반응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뭐랄까, 응원하는 투의 댓글을 많이 본 것 같다. 나는 누구에게나 남을 끄는 매력이 있고, 유해진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별로 놀라지 않았는데, 의외로 많은 남자들이 놀라기도 하고 부러워하는 듯도 하다.

물론 연예계에서는 미남-미녀 또는 돈남(돈 많은 남자)-미녀 커플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 보면 의외로 미녀와 야수 커플도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옥동자, 박정아-길 등)

근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연예계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키는 170 이하, 시쳇말로 '루저급'이고 식스팩은커녕 젊은 나이에 배둘레헴 소리를 듣는 내 주변 누구누구도 '솔로'인 기간이 그닥 많지 않다. 물론 돈도 집도 빽도 쥐뿔도 없다. 루저녀 발언에 열폭하며 마치 모든 한국 여자들이 키 작고 돈 없는 남자들은 사귀지도 않는 것처럼 광분하며 떠들어대던 키보드워리어들의 생각과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어떤 야수가 미녀를 얻는가.

첫째, 가부장적인 태도, 성차별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일하다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한두 번만 대화를 나눠 봐도 그러한 태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은근히 여자를 무시하거나 집안일 또는 육아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 연상 여자친구를 사귈 때는 최대한 빨리 이름 부르고 반말을 쓰려고 하면서 연하 여자친구를 사귈 때는 끝까지 '오빠' 소리 듣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자기는 평생동안 부모님 속 썩인 것 밖에 한 게 없으면서 요즘 여자들은 시부모 모시기를 싫어한다고 혀 끌끌 차는 사람들 등등. 그냥 혼자 살아라.

둘째, 자기자신을 믿으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난 남녀 관련 기사나 포스팅만 보면 열폭하며 '한국녀와는 절대 결혼 안 한다' 등 저주를 퍼붓는 남자들의 댓글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네가 아직까지 여자를 사귀지 못하지. 네가 여자라면 너랑 사귀겠냐?" 어떤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외모나 돈이 전부가 아니다. 성격도 있고 재주도 있다. 뭐든 자기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자기가 자신감을 갖고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왜 남은 자기를 사랑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인지?

셋째, 진실한 마음을 표현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있다. 내 생각에 이 속담은 한 80%는 맞는 것 같다.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꼭 말이 아니더라도) 표현할 필요가 있다. 명품 가방? 물론 그거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진심이 담긴 편지나 정성이 들어간 선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선물을 생각해 내기 귀찮다면 그냥 포기하면 된다. 물론 진심을 표현해도 안 되는 20%의 경우가 있다. 상대와 자신이 지향하는 바나 이상형이 너무 다르다든지 하는 경우. 이 경우에도 계속 열 번 찍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하면 스토커가 되므로 참아주기 바란다.

넷째,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 여자는 남자를 고르면서 무의식적으로 2세의 장래를 생각한다. 자기가 열심히 벌어서 부양을 할 자신이 있다면 상관 없겠으나, 프랑스나 핀란드도 아니고 한국 사회에서 여자의 고용 상태는 최악이다. 결혼할 때 이른바 '조건'을 따지는 건 그래서 어쩌면 현실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 조건은 단순히 당장 돈이 있느냐 없느냐, 직장이 어디냐 같은 것만은 아니다. 이 사람은 성실하고 가족을 버리지 않을 만큼 책임감이 강하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20대 남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대단한 것 같다. 취업은 어렵고, 오래 전 남아 선호 현상으로 여자 수는 부족하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한 여자들은 경제력을 확보한 만큼 결혼을 최대한 늦추면서 회사에서 기반을 잡으려고 한다. 아예 가부장적인 남자들이랑 결혼하고 아이 낳아서 직장맘으로서 힘들게 사느니 혼자 살자는 생각을 하는 여자들도 많다. 그러니 갈수록 수요-공급의 불일치가 커지고, 이에 따른 분노를 인터넷에서 푸는 키보드워리어들도 많이 생기는 듯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네 가지를 명심하고 주위를 잘 둘러본다면 의외로 좋은 짝을 만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연애를 하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 자기는 짝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귀찮아하면서 누군가 자기 매력을 알아보고 찾아오기를 바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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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5 18:27 2010/01/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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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어핀드의

    Tracked from gorekun's me2DAY 2010/01/05 23:56 Delete

    어떤 사람을 구성하는 것은 외모나 돈이 전부가 아니다. 성격도 있고 재주도 있다. 뭐든 자기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자기가 자신감을 갖고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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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노씨 2010/01/05 22:32 # M/D Reply Permalink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연애 명심보감이네요. : )
    최근 아거님께서 소개하신 '섹스 실전 심리'책과 함께 명심하고, "노력"하면 "의외로 좋은 짝을 만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군요.
    왠지 새해 덕담같은 글입니다. ㅎㅎ.

    1. 2010/01/06 19:04 # M/D Permalink

      사실 연애 경험이라곤 현재 남편과 해 본 게 전부인 제가 뭘 알겠습니까...
      그냥 주변의 남녀들을 보고 느낀 걸 적어 본 것에 불과합니다. ^^

  2. 필그레이 2010/01/05 23:05 # M/D Reply Permalink

    요즘 펄님 글을 자주 볼 수 있어 즐겁네요.흐흐흣.^^

    이런 글... 아~정말 명쾌해서 너무 좋아요.^_^ 특히 첫번째 경우에서...정말 몇마디만 나눠보면 이사람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여자를 대하는지 안다는 거.. 와...어떤 느낌인지 확 와요!!!

    대학시절엔 어떻게든 울트라수퍼우먼의 자세로 뿌리깊은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침튀겼지만 지금은 그냥뭐 허허실실 웃다가 아.이런 인간이구나싶음 대강 넘어가고말고 핏대 세울일 아예 안 만들면 되지...이런식으로 되더라구요.-_-;

    모두모두 정말 명심해야할 싱글들이 많겠어요.요기에 개인적인 경험상으로 하나더 추가해보자면 취미 공유...요.^^ 성격 달라도 취미는 정말 같아야할 것 같아용.함께 즐길거리를 찾는 게 참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위에 민노씨 말대로 정말 새해덕담이네요.잘 읽고가요.^_^

    1. 2010/01/06 19:06 # M/D Permalink

      맞습니다. 취미~ 관심사~ 정말 중요하죠.
      저는 남편이랑 취미는 비슷한 게 없지만 관심사는 비슷했고, 지금도 비슷한 업종(기자)에서 비슷한 출입처(금융)에 나가고 있다 보니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 좋더군요.

  3. 필로스 2010/01/05 23:55 # M/D Reply Permalink

    하나도 해당하지 않는 저는 어떻게 결혼했나 모르겠어요. 요즘 같으면 절대로 결혼 못했을 것 같아요 ㅎㅎ

    1. foog 2010/01/06 10:09 # M/D Permalink

      비근한 예로 요즘 같으면 제가 취직이나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듭니다. 엄청 스펙좋은 사람들도 취직을 못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에...

    2. 2010/01/06 19:07 # M/D Permalink

      필로스님/ 부인께 항상 감사드리며 떠받드세요! ㅋㅋ
      푸그님/ 스펙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각합니다 ㅠㅠ

  4. 너바나나 2010/01/06 16:40 # M/D Reply Permalink

    전 전부 자격미달인 듯싶구만요.
    근데 자격미달이면 추녀는 가능한가요?

    1. 2010/01/06 19:03 # M/D Permalink

      너바나나님은 이미 아홉그루님이라는 미녀를 얻으셨잖아요! 무슨 욕심을 또!

  5. 아크몬드 2010/01/07 08:12 # M/D Reply Permalink

    좋은 글이네요...

    1. 2010/01/07 14:01 # M/D Permalink

      감사합니다

  6. 동글 2010/01/07 10:26 # M/D Reply Permalink

    "키는 170 이하, 시쳇말로 '루저급'이고 식스팩은커녕 젊은 나이에 배둘레헴 소리를 듣는 내 주변 누구"는 설마 저를 떠올리고 하신 말씀은 아니죠?^^

    1. 2010/01/07 14:00 # M/D Permalink

      헉 전혀 생각지 못했으나..
      따지고 보니..!!

  7. Y군 2010/01/17 11:11 # M/D Reply Permalink

    약간은 일찍 결혼하고 정신없이 살다보니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토픽이군요. 펄님 덕분에 남자 후배들이나 결혼을 못한 친구들에게 해줄 이야기거리가 생겼습니다.ㅎㅎ

    1. 2010/02/09 11:12 # M/D Permalink

      뒤늦게 댓글 봤네요.
      블로그 댓글에 즉시 답글을 달자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최근 거의 보르 이상 너무 바쁘다보니 블로그를 사실상 버려두듯이 했습니다.
      Y군님을 댓글에서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미국에서 맨몸(?)으로 부딪치며 열심히 사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8. kimpk 2010/01/29 22:33 # M/D Reply Permalink

    대부분 공감합니다.

    제가 여자 비율이 높은 금융기관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제 주변에는 결혼 못(안)하는 여자분들이 많습니다. 참한 총각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1. 2010/02/09 11:10 # M/D Permalink

      흐흐 총각은 많은데 '참한 총각'은 참 귀합니다..

  9. silent man 2010/02/15 03:11 # M/D Reply Permalink

    믿거나 말거나 1~4 모두 저로군요!
    (퍽-퍽-퍽-)

    하지만 난 (바로 지금) 직업도 돈도 없잖아. 아마 안 될 거야, 난.
    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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