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K텔레콤의 윤송이 상무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이스트 출신의 천재소녀로 불과 28세의 어린 나이에 대기업 임원이 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입사 때에 비하면 조금은 초라한 퇴장이었다.

윤 상무의 퇴임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SK텔레콤은 "언론에 시달렸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입사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엔씨소프트 사장과의 결혼설과 학위 조작설 등 루머에 시달리면서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작부터 사의를 표했으나 회사 측에서 말렸던 적도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http://www.sportsseoul.com/news/life/so ··· 4000.htm

하지만 이런 궁금증이 든다.

첫째, 윤 상무가 관둔 이유가 진짜 언론 때문일까?

둘째, SK텔레콤이 '언론 탓'할 자격이나 있나?


내 생각은 언론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리지 못한 데 대한 부담감과 함께 SK텔레콤 내부의 압박이 사의를 표명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윤 상무는 MIT 미디어랩에서 인공지능 캐릭터와 관련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K텔레콤에 입사한 후 첫 프로젝트인 '1mm'도 휴대폰 속에 인공지능 캐릭터를 심어 대화를 나누는 식의 개념이었다. 비록 네티즌들한테 '모바일 심심이'로 불리며 이렇다할 성공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SK텔레콤은 '천재소녀 윤송이 상무'를 팔아 거의 모든 언론사에 상당한 분량의 기사를 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1mm 실패 이후 윤 상무가 맡은 프로젝트는 'T인터렉티브'라 명명된 대기화면 서비스. 1mm의 진화된 형태이고 나도 사용해 본 적 있지만, 그 복잡한 메뉴를 타고 올라가 취소했을 정도로 아주 짜증나는 서비스였다. (주로 SK텔레콤 이벤트 광고 같은 게 초기화면에 나와서 한슬이 얼굴 배경화면을 가려버리는 최악의 서비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윤상무에게 맡겨진 프로젝트는 'T팩 얼라이언스'의 글로벌화이다.
관련 기사 : http://news.hankooki.com/lpage/it_tech/ ··· 4590.htm
즉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휴대폰 구동 소프트웨어(T팩)를 만들어서 이걸 다른 나라에도 팔아먹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다른 나라에 팔아먹는' 역할을 윤 상무한테 맡겼다.

그런데 구글과 같은 프로그래밍에 있어서는 세계 1위나 다름없는 회사의 소프트웨어나 노키아 같은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가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단순히 망 깔아 돈 버는 회사가 만드는(물론 SKT가 직접 만드는 것도 아니고 모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만들고 있다) 소프트웨어, 게다가 다른 나라 업체들이 질색하는 정통부의 '위피'까지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글로벌 업체에 팔라니, 이것이야 말로 '미션 임파서블'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기사가 나왔을 때 또다시 수많은 신문들이 천재소녀 윤송이 상무를 언급하며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실어주었지만, 나는 기사를 보자마자 이 생각이 들었다. 'SK텔레콤에서 드디어 윤송이를 내치는구나.' 아무리 어려운 프로젝트라도 달성 가능성이 있는 것을 맡겨야 도전해 볼 의욕이나마 생기지 않겠는가. 게다가 윤상무는 사실상 영업과는 거리가 먼 연구직에 걸맞는 인물인데 팔지도 못할 걸 팔라고 하다니 이건 '싫으면 관두고'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그동안 SK텔레콤은 그넘의 '천재소녀' 타이틀을 이용해 윤 상무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언론 플레이를 성공적으로 해 왔으나, 이제 약발이 다했다고 생각해 달성 불가능한 임무를 맡기고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그동안 윤 상무는 수많은 매체(신문뿐 아니라 이름도 잘 모르는 잡지까지 다 출연)와 인터뷰를 하며 SK텔레콤을 선전해 주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SK텔레콤에 기여를 했으니, 자꾸 언론 탓하며 윤 상무가 생각하기도 싫을 결혼설이니 위조설을 다시금 언론에 오르내리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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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6 17:48 2008/01/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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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그니의 생각

    Tracked from zagni's me2DAY 2008/05/02 12:41 Delete

    윤송이 상무 퇴사는 언론탓?이란 글이 있었다. 윤송이 상무 퇴사했구나.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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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스인마틴 2008/01/06 20:14 # M/D Reply Permalink

    왜 기사를 읽는 내내 "얼굴마담"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맴돌까요?
    충분히 손님을 끌어모았으면, 알아서 챙겨줘야할건데
    얼굴이 이제 못따라주는가 봅니다.

    1. 2008/01/07 15:25 # M/D Permalink

      SKT가 윤 상무에게 기대한 것이 딱 얼굴마담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네요..

  2. 목마른땅 2008/01/07 01:23 # M/D Reply Permalink

    대기업 광고모델로 전락한 천재소녀의 말로가 이리도 비참하더냐.근데 이 포스트 명예회손 걸리는거 아닌감? 걱정되네요.

    1. 2008/01/07 15:23 # M/D Permalink

      명예훼손이라고까지야..
      뭐 소송 건다고 한다면 귀찮으니까 포스팅 삭제하지요.

  3. 꼬이 2008/01/07 01:54 # M/D Reply Permalink

    기업의 상무라는 것은 실적이 없으면 바로 내쳐지는...펄님 말씀 처럼 불가능한 일을 맡김은 이미 정해진 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ㅠ.ㅠ
    어린 나이에 너무 과한 포장이 되었으니 그 포장 속에서 받은 압박은 가히 짐작이 갑니다..

    1. 2008/01/07 15:23 # M/D Permalink

      네 어린 나이에 멋 모르고 끌려다녔던 것 같습니다. 윤 상무는 기업 임원보다는 연구자가 적합했던 것 같아요.

  4. damdong 2008/01/07 13:47 # M/D Reply Permalink

    SKT에서 내치거나 유도하는건 아니구요.
    서로 궁합이 맞지 않아서라고 보는게 더 적절할 듯 합니다.
    SKT는 영리기업이기 때문에 중단기 실적을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는데 반해, 윤상무 같은 사람은 비지니스맨이라기 보다는 과학자 스타일에 더 가깝습니다. 장기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해 주는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소라면 모를까, SKT 같은 회사가 과학자 스타일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죠.. 뭐~ 몇가지 '설'이 더 있습니다만, 아무튼 SKT에서 내치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1. 2008/01/07 15:22 # M/D Permalink

      글쎄요, 윤송이 상무가 영업직보다 연구직에 더 가깝다는 건 SKT가 윤 상무 영입할 때부터 이미 다 알았던 것 아닌가요. 단순히 그동안의 커리어만 봐도 보통 사람도 쉽게 생각할 수 있었는데요. 천재소녀라는 타이틀로 얼굴마담 시키려는 의도가 처음부터 기자들에게는 훤히 보였습니다.

  5. ch.t.l 2008/01/07 16:02 # M/D Reply Permalink

    누굴 탓할 사안은 아니지만.....
    윤 상무 몸값은 그만하면 홍보용으로도 뽑고 남았죠....

    근데..일미리 서비스나 머나..실적은 별로 였던듯 싶어요.
    뭐 애초 기획과 결과물이 기업 속성상 왕창 달라졌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요.

    1. 2008/01/08 11:32 # M/D Permalink

      네.. 애초에 SKT와 맞는 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대학에 남아 연구하는 게 적성에 맞는 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6. 민노씨 2008/01/09 18:19 # M/D Reply Permalink

    저는 전혀 모르던 내용이라서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 )
    정치판을 연상시키네요.

    1. 2008/01/11 16:39 # M/D Permalink

      사실 진짜 '정치인'만 정치를 하는 게 아니죠..
      세상 어디나 정치판입니다..

  7. 윤수아씨 2008/01/11 14:27 # M/D Reply Permalink

    와아, 저 역시 흥미롭게 읽었어요.
    읽기 편하게 써주셔서 덩달아 생각해보게 되네요.

    1. 2008/01/11 16:40 # M/D Permalink

      감사합니다.
      젊은 나이에 임원이 되는 게 무작정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인 듯합니다.

  8. John J. 2010/01/29 12:27 # M/D Reply Permalink

    며칠 후, Siri 라 불리는 개인용 assistant 가 iPhone 용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던데, 문득 "일미리 (1mm)" 생각이 들어 당시 책임자였던 윤박사는 요즘 뭐하나 하고 검색했더니 이 글이 나오더군요.
    Siri 는 데모상으로는, 당시 일미리가 갔어야 할 (바람직한) 목적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용해 보이던데...

    아뭏든, 언급하신 "그들"의 의도에 대해서는 동감입니다.

    1. 2010/02/09 11:18 # M/D Permalink

      굉장히 뒤늦은 댓글 죄송합니다.
      SIRI라는 서비스 검색해서 들어가 봤는데, 상당히 흥미롭네요.
      언어가 다른 한국에서 활용하는 게 가능할지가 좀 의문이긴 하지만요.
      아이폰이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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