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족을 추가합니다. (파란색 글씨)
==============================


오늘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내일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한다.

최근 보수 신문(동조문중)들은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원회의 뻘짓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돌려보자는 심산인지, 떠나는 마당에 재를 뿌려보겠다는 심산인지, 노 대통령 집권 5년에 대해 미친 듯한 저주를 퍼부었다. (문화일보의 '막내리는 노 정권 실패에서 배운다' 시리즈는 참;;)

일부 수구인사들은 이제 떠나는 노 대통령을 "내란.외환죄"로 고발까지 하는 어이없는 행태까지 보였다. 그 죄목은 아무래도 29만원 대통령에게나 적합한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이런 보도들을 보면 마치 노통이 세계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기라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정도로 노통이 욕을 먹어야 하나? 나 또한 노통의 집권 시기에 여러 가지 불만이 많았고, 종종 포스팅도 했었지만 노통이 그 정도로 최악의 대통령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도로 큰 과오(박통의 유신, 전두환의 5.18, DJ의 신용대란 등에 필적하는) 없이 퇴임하는 대통령이 또 있나 싶다. 사실 노 대통령은 특유의 거친 발언으로 탄핵 직후 최고조에 다다랐던 인기를 대부분 까먹었는데, 그렇게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면서도 끝까지 인기 영합용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임기 말 경기부양책은 대부분의 대통령들에게 피할 수 없는 유혹인데, 일례로 DJ는 임기 말 경기가 하강하자 신용카드 남발을 통해 '인위적인' 경기 부양책을 썼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됐고, 참여정부 초반 소비심리가 얼마나 바닥이었는지 모른다.

이에 비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갖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인기에 영합하는 얄팍한 수를 끝까지 쓰지 않았다. '역사가 심판'할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었는지,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대과 없이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라는 평가 정도는 들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성공을 거둔 대통령이라 할 수도 없지만)

노통을 보면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재임 당시 최악의 지지율과 비난에 시달렸으나 대과는 없이 마무리했고, 지금은 나름 세계 평화의 전도사로서 존경 받는 원로가 돼 있는 카터 대통령처럼, 노통도 수년 후 그런 모습이 돼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 노통의 가장 큰 한계는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에 있지 않나 싶다. '정치=소통'인데.. 하지만 노무현을 잇는 이명박은 노통보다 더 소통과는 관련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

(25일 새벽에 추가합니다)

이상의 글은 사실 위에서도 밝혔듯 노통을 세계 최악의 대통령처럼 몰아간 일부 신문들의 보도에 대해 '그정도는 아니었다'고 쓰려는 것이었다. '박정희의 유신, 전두환의 5.18, DJ의 신용대란 같은 대과는 없었다'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 하지만 댓글들을 보니, 이 글이 내 실제 생각보다 훨씬 더 노통에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처럼 읽힌다는 걸 알았다. (전적으로 내가 글을 잘못 쓴 탓이다)

나도 노통이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공과는 구별해서 평가해야겠지만 그는 자신을 탄핵 속에서 구해준 지지세력에게 등을 돌리는 정책을 폈고, 무엇보다 국회, 언론, 국민과의 소통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래서 나는 "5년의 세월이 행복했습니다" 같은 일부 블로거의 글에는 공감하지 않는다(그렇다고 그런 글이 '틀리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누구나 감상은 다를 테니까).

최근 읽은 <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이라는 책을 보면,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이 어떻게 출범 1년 만에 막을 내렸는지가 나온다. 국민과 정당, 관료들로부터 모두 등을 돌린 채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 속에서 측근 정치에만 전념한 결과였다. 참여정부도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다. 심지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에 소송을 남발하고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적대시한 것까지 비슷하다.

많은 이들이 2MB를 찍은 사람들을 원망하지만, 이번 대선과 지난번 지방선거가 사실상 '노무현 정권 심판'처럼 돼 버렸던 것은 사실이다. 결국 애초부터 반대하던 보수세력은 물론, 진보의 열망을 지닌 지지세력마저 등을 돌리게 함으로써 역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10년 전으로 퇴보하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노통은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 댓글에서도 밝혔지만, 내가 떠나는 노통에게 가지고 있는 심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연민'이란 단어가 맞다.
Posted by 펄

BLOG main image
펄의 삶 생각 느낌들을 적는 공간입니다. http://blog.naver.com/pariscom에서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메일은 pariscom@gmail.com입니다. by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58)
미디어이야기 (26)
한국이야기 (57)
세계이야기 (15)
게임이야기 (7)
영화/음악/책 (7)
가족이야기 (3)
내 이야기 (24)
경제이야기 (8)
IT이야기 (10)

글 보관함

달력

«   2008/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Statistics Graph
Total : 180985
Today : 453 Yesterday : 814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