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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민자사업이란 말을 들으면 무조건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집단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기사 : 민영화 위력 보여준 일본 국철
무심코 앉은 좌석에 여성 승무원이 오더니 표를 보여 달라고 했다. 표를 보여주자 승무원은 “보통좌석 티켓이므로 즉시 일반석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구했다. 10여 분 거리여서 귀찮게 자리를 옮기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옆칸도 특실이었다. 자리가 텅 비었기 때문에 그냥 눌러 앉았다. 그러자 승무원이 씩씩거리며 또 나타났다. “손님, 어서 나가주세요.”
여기까지만 보면 일본 철도의 좌석이 지나치게 세분화해 불편하다는 내용의 기사로 보인다. 하지만 다음 문장을 읽으면 황당해진다.
일본의 철도는 승객의 눈높이에서 진화를 거듭해 편의성에서 자동차를 앞서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열차가 일반실과 특실로 차별화돼 있다. 열차의 등급도 완행부터 초특급까지 세세하게 나뉘어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승객은 승차 목적에 따라 역마다 서는 완행부터 논스톱으로 달리는 초특급을 얼마든지 골라 탄다.
10여분이나 가야 하는 '일반석'으로 이동하는 귀찮은 경험을 하고 '일반식과 특실로 차별화 돼 있다' '승객의 눈높이에서 진화를 거듭해 편의성에서 자동차를 앞서고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논법인가. 아무래도 일본 철도를 너무 우상화해 '불편한 경험'마저도 '진화'와 '차별화'라는 장점으로 인식하는 독특한 뇌구조를 지니게 된 듯하다.
팩트도 어설프다.
일본의 편리한 환승 시스템도 감탄할 만하다. 환승역에 내리면 옮겨 탈 기차가 바로 플랫폼에 들어오기 때문에 오래 대기할 필요가 없다. 이를 위해선 '다이야'라고 불리는 열차 시각표의 정교한 설계와 운용이 필요하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고도의 운영 노하우가 수준 높은 철도 서비스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아무래도 한 철도회사의 노선으로만 환승을 해 본 것 같다. 일본에서 지하철 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게 서로 다른 지하철 회사들이 서로 다른 요금을 받고 있어, 다른 회사 전철로 환승을 하려면 표를 다시 사야 한다는 거다. 우리 나라로 치면 1~4호선과 5~8호선의 운영 주체가 다른데, 2호선 타고 가다 동대문운동장 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탈 때 표를 다시 사야 한다는 뜻이다.
그뿐인가. 이 기사는 일본 철도의 편리함만 나열할 뿐 엄청난 교통비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있다. 교통비는 기자가 다니는 신문사에서 전액 지원을 해줘서 아예 생각조차 않는 건지 어떤건지..
한 네티즌의 댓글이 제대로 달렸다.
현재 업무때문에 일본 동경에 나와있습니다. 왜 좋은 서비스만 언급하고 요금은 이야기 하지 않으시나요? JR로 전철타고 7~8 정거장만 가면 200엔이 훌쩍 넘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도권 정도까지 나가면 300엔에서 600엔 수준이지요. 신칸센이요? 좋죠. 하지만 비행기 요금보다
더 비쌉니다. 동경에서 교토까지 가면 편도만 2만엔 정도 되지요. 그리고 베리어 프리라 놀랍다구요? 일본에서 민영 지하철이나 도영 지하철 타보셨나요?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하다못해 에스컬레이터도 없는 곳이 많구요 엘리베이터는 언감 생심입니다. 기사를 대충 쓰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민영화, 민자라면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쪽의 멍청함을 지적하는 건 여기까지로 하고....
이제부터는 반대로 민영화, 민자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쪽의 글을 보겠다.
경춘 고속도로, 1분거리 다리 지나는데 통행료 1000원(새사연)
이 글은 최근 개통된 민자 고속도로인 경춘고속도로 요금이 비싸다며 민자로 고속도로를 건설해서 그렇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우선 국가 재정으로 건설하는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의 통행요금 산정 방식을 살펴보자. 4차선을 기준으로 한 폐쇄식(진입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뽑아 진출 요금소에서 통행료를 내는 방식)의 경우 기본요금 862원에 주행거리 1킬로미터당 40.5원을 곱하여 책정된다. 위와 똑같은 방식으로 61.4킬로미터의 서울-춘천 고속도로 통행료를 계산해보면 ’기본요금(862원)+주행거리(61.4킬로미터)×40.5원=3348.7원’이다. 하지만 현재 책정액은 5900원으로 약 2551원 정도 더 비싸다. 5900원을 기준으로 놓고 거꾸로 계산하면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1킬로미터당 82.05원을 내는 셈으로 한국도로공사가 책정한 1킬로미터당 통행료 40.5원보다 2배 이상 비싸다(실제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채택한 요금책정방식은 기본요금을 적용하지 않고 거리 당 요금만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1킬로미터당 약 96원의 요금을 적용한 것으로 간주하면 5900원의 통행료가 나온다).
1킬로미터당 통행료가 일반적인 도로공사의 통행료보다 비싸므로 문제라는 논리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쓴 사람은 경춘고속도로를 달려본 적이 없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 기사를 쓴 중앙일보 기자도 일본 지하철을 여기 저기 환승하며 제대로 타 본적이 없는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지난 주 속초로 휴가를 가면서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 도중에 지나야 하는 터널이 최소 대여섯개는 됐다. 1킬로가 훨씬 넘는 긴 터널도 두 개 이상이었다. 강원도라는 곳이 산이 많기 때문에 직선으로 도로를 내려면 어쩔 수 없다. 당연히 평지에 건설하는 고속도로에 비하면 원가가 훨씬 비싸다. 대신 예전의 꾸불꾸불 국도에 비해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 기름값도 훨씬 덜 나간다. 운전하다 보면 5,900원이 그렇게 엄청나게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든다.
킬로당 요금을 줄이는 게 그렇게 중요하다면 똑같은 요금을 받되 길을 최대한 구불구불하게 만들면 되겠다. 옛날 국도 식으로 만들어 놓고 고속도로라고 우기고 톨게이트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민영화' '민자' 같은 '글자'를 보기 전에 '대상 자체'를 분석했으면 좋겠다. 코끼리를 두고 한 사람은 얼굴만 마주보고 꼬리가 없네, 다른 사람은 꼬리 쪽에서만 바라보고 얼굴이 없네 하는 식으로 엉뚱한 소리를 해 대는 걸 보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Posted by 펄
21일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8개 주요 은행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SC제일은행의 1인당 평균 급여지급액은 2천300만 원으로 8개 은행 중 가장 많았다. 성별로는 여자직원이 1천200만 원인 반면 남자직원은 3천400만 원으로 월평균 1천100만 원을 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의 실적이 급감하자 은행원들의 연봉도 크게 줄어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5일 금융업계 및 재벌닷컴에 따르면 우리, 국민, 신한, 하나, 기업, SC제일, 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임원급을 제외한 은행원의 지난해 1인당 급여액을 조사한 결과 평균 연봉이 5천718만원이었다.이는 2007년의 평균 연봉 6천646만원에 비해 무려 14%나 하락한 것이다.이들 7개 은행원의 평균 연봉은 2005년 5천884만원, 2006년 6천350만원, 2007년 6천646만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연봉이 대폭 하락하면서 3년 전인 2005년 수준 밑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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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중앙은행들의 공격적 금리인하와 증시상승 등으로 고수익 투자에 대한 심리가 늘면서 세계 자산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어느새 유가도 상당히 올라왔고 구리 같은 원자재나 심지어 미술품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미국 주택시장(우리나라 말고)은 얘기가 다르다.
어제 전달 신규착공 건수가 45만채로 발표됐는데 50만채는 넘을 것이라는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전달 압류처분된 주택 수가 무려 34만채나 되기 때문이다. 경매로 넘겨야 할 압류주택이 너무 많은 일부 은행이나 모기지업체들은 유지비를 들이기 싫어 멀쩡한 집을 아예 불도저로 밀어버리기도 한다.
은행에 넘어가 반값 이하에 나오는 집들이 수두룩한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주택시장 회복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은행들이 갖고 있는 부실 자산들의 가격이 다시 크게 올라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본확충이 충분하다는 분위기가 그렇게 오래 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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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nk | Original Stress Test Capital Requirement | “Re-Negotiated” Amount |
| Bank of America’s | $50 billion | $33.9 billion |
| Wells Fargo | $17.3 billion | $13.7 billion |
| Fifth Third Bancorp | $2.6 billion | $1.1 billion |
| Citigroup | $35 billion | $5.5 billion |

Posted by 펄
지역은행은 독특한 성격을 갖는다. 그 지역의 은행들이 모여 만들었기 때문에 공적기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은행장은 상원의 인준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중앙은행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해당지역 은행에 대한 규제와 감독의 책임도 맡는다. 법률적으로는 공적기구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적기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성격상 지역 은행들과의 마찰은 생각하기 어렵다.
Mr. Friedman was chairman of the New York Fed at the same time he was a member of Goldman’s board. He also had a substantial stake in the firm as the Fed was crafting a solution to keep Wall Street banks afloat. Denis M. Hughes, deputy chair of the board, will take over as the interim chairman, the New York Fed said in a statement. (Read Mr. Friedman’s letter after the jump.)
Because the New York Fed approved a request by Goldman to become a bank holding company, the chairman’s involvement in Goldman was a violation of Fed policy, The Wall Street Journal said in an article earlier this week.
The New York Fed asked for a waiver, which, after about two and a half months, the Fed granted, the newspaper said. During that time, Mr. Friedman bought 37,300 more Goldman shares in December, which have since risen $1.7 million in value.
뉴욕연방은행 총재 스티븐 프리드먼이 사임을 했는데, 그 이유가 골때린다. 총재 부임 후 원래 있던 골드만삭스 이사직에서도 내려오지 않고 주식도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팔아야 하는데) 그대로 갖고 있다가 큰 평가차익을 올린 것이 폭로(월스트리트저널)되자 규정 위반으로 사임한 것이다.
월가 인간들의 도덕성은 그 돈에 반비례하는 게 거의 확실하고(그러니까 버핏은 오마하에 사는지도) 그런 넘들 중에 선발이 돼서 지역은행 총재를 하면서 그런 넘들을 감독, 규제하니 이번 같은 어이없는 금융위기가 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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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문트님이 금융위기와 관련, 정말 영양가 풍부하고 이해하기도 쉬운 좋은 글을 하나 번역해 주셨다. (http://bahamund.wordpress.com/2009/03/28/silent-coup/) 외국의 전문가들은 단순히 지식만 풍부한 게 아니라 글솜씨도 굉장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혹시나 너무 길어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분들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시라고 핵심 구절들을 몇 개 추렸다.
국제통화기금 소속 경제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 그리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은 위기에 빠진 나라의 경제상황이 아니라 정치상황이다. 거의 예외가 없다.
보통 이 나라들이 절박한 경제 상황에 빠지는 까닭은 단순하다. 그 나라의 파워엘리트들이 좋은 시절에 무리를 해서 너무 많은 리스크를 감수했기 때문이다. 신흥 경제권의 정부들과 기업들은 보통 꽉 짜여진 과두체제를 형성하는데 이 과두체제 하에서 정부와 기업은 대개 밀월관계를 유지한다. 나라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마냥 운영되고 이 과두체제의 주역들이 대주주 역할을 한다. 인도네시아나 한국, 또는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성장하면서 같이 성장한 것이 각 산업 주역들의 야심이다. 이 작은 우주의 주재자로서 이 사람들은 물론 경제 전체에 이득이 되는 투자를 하기도 하지만 점점 더 액수가 큰, 그리고 리스크가 큰 베팅을 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초래되는 문제들은 죄다 정부에 떠넘길 수 있으리라는 믿음 위에서다. 그리고 이들의 그러한 믿음은 대개 옳다.
그 깊이와 갑작스러움, 이 모든 면에 있어서 미국이 겪고 있는 경제, 금융 위기는 신흥경제권, 즉 한국(97), 말레이지아(98), 러시아와 아르헨티나(이 두 나라는 끝났나 싶으면 또 일어남) 등의 나라에서 일어난 경제위기와 충격적일만큼 닮아있다. (중략) 이보다 더욱 깊은, 그리고 더욱 심란하게 하는 닮은점이 있다. 재계의 파워엘리트들, 미국의 경우 파이낸시어들이 이 위기를 초래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이다. 정부의 묵시적 지원 속에서 이들은 점점 더 큰 도박을 하게 됐고 결국 파국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위기를 초래한 범인인 이들이 현재 절실하게 필요한 개혁, 경제가 수직강하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개혁을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금융계가 힘을 얻은 것은 일종의 문화 자본 축적을 통해서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의 신념체계를 세우고 전파함으로써 힘을 얻었다는 얘기다. 한때 제너럴모터스에 이로운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로서도 이로운 일이었던 때가 있었다. 지난 10년 남짓 월 가에 이로운 것은 나라로서도 이로운 것이라는 관념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지난 세 정권 기간 동안 하급 레벨에서는 이러한 인적교류가 위에서 언급한 고급 레벨에서보다 몇 배 더 많았고 월 가와 와싱턴 사이를 잇는 끈은 점점 더 단단해져갔다. 골드만 색스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 정부로 들어가는 것이 하나의 전통인 듯 돼버리기까지 했다. 현재 뉴저지 주지사인 잔 코진이나 루빈, 폴슨 등 골드만 동문은 월 가의 세계관을 권력 중추에 박아놓았을 뿐만 아니라 골드만 색스가 마치 일종의 공기업인 듯한 이미지를 (최소한 벨트웨이 내에는) 심어놓았던 셈이다.
금융계에서 거부가 되는 사람들의 수효가 많아지자 ‘금융 컬트’라 할 수 있는 것이 문화 전반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대문 앞에 서있는 야만인“이나 “월스트리트” 같은 영화, 그리고 “허영의 모닥불“과 같은, 죄다 경고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결과적으로는 월 가의 신비감을 부추긴 셈이 돼버렸다. (중략) 돈 버는 것을 최고로 아는 사회라면, 그 사회에서는 금융계에 이득이 되는 것이 곧 나라에도 이득이 된다는 명제를 도출하기는 쉬워진다. 또한 금융계에서 승자가 되는 사람은 와싱턴에서 구질구질하게 공무원 생활을 하는 이들보다 나라에 뭐가 도움이 되는지 훨씬 더 잘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도 쉽게 할 수있다. 자유로운 금융 시장에 대한 신앙은 점점 상식이 돼버렸고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에서도 의회 회의석상에서도 죄다 이를 부르짖게 되었다.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 온 대응방식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딜을 통한 정책”이 될 것이다. 거대금융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재무성과 연준이 합작으로 주말에 베일아웃 플랜을 세운 다음 월요일이 돼서 아무 문제 없다는 발표를 하는 식이다. (중략) 이들 딜 중에서 몇몇은 당면한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대응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누구의 어떤 이득을 위해, 어떤 식으로 이 딜들이 이루어졌나 하는가는 불분명하다. 재무성이나 연준 모두 그 행위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밝혀진 원리원칙에 바탕을 두고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거래를 성사시킨 후 현 상황 하에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이는 구석진 방에서 밤늦게 이루어지는 음침한 거래에 불과하다. 더도 덜도 아니다.
위기가 점점 깊어지고 그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더욱 절실히 도움이 필요해지자 정부는 일반인들은 도저히 알아낼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수법을 고안해내서 은행 지원에 나섰다. 첫번째 에이아이지 베일아웃의 경우, 비교적 납세자들에게 이로운 조건이었는데도 그 후 세번에 걸쳐 이루어진 후속 베일아웃에서는 에이아이지에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탈바꿈해버렸다.
경제 다른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좀 더 커다란 문제는 제해두고 우선 금융위기만을 본다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크게 잡아 두 개의 서로 얽힌 문제들이다. 첫째, 재정정책을 통해 이제 얼마 안있으면 경기가 살아날텐데도 금융부문이 병들어 있어서 이러한 경기부양의 숨통을 죌 것이라는 점. 둘째, 금융부문이 여론의 지탄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공공정책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있을 정도로 권력균형의 추가 금융부문으로 기울어 있다는 점이다.
위기가 시작된 이후 거대은행들의 힘은 오히려 더 세졌다. 이는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금융 시스템이 취약해졌을 때 거대 은행 하나가 쓰러지면(리만브라더스는 시티그룹이나 뱅크오브어메리카에 비하면 아주 사소하다) 평상시 쓰러지는 것보다 그 여파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 두려움을 은행들은 잘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이로운 딜을 워싱턴으로부터 얻어내왔다. 뱅크오브어메리카는 메릴린치 인수를 못할지도 모른다며 재무성을 협박했고 이를 겁낸 재무성은 1월에 두번째로 베일아웃 패키지를 선사했다.
미국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가탈은 국제통화기금 직원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다. 나라 이름을 가리고 그저 숫자만 국제통화기금 직원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이 할 말은 빤하다. 은행을 국유화해서 필요하다면 쪼개놓으라 말할 것이다.
직접적으로 보수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서툰 수법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그렇다. 또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곳은 규제되지 않는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영역인 탓에 이들이 받는 보수를 내리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해법으로 규제와 징세가 같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부문 대부분에서는 투명성과 경쟁성이 확보될 것이고 이는 금융계 전체가 벌어들이는 요금 수익을 내리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금융계가 타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리 말하고 싶다. 그래도 상관없다, 라고 말이다.
20세기 초기 경제학자인 요제프 슘페터의 말을 대충 빌리자면, 어느 사회에나 엘리트는 있게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가끔 가다 이 엘리트 계층을 바꿔줘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고 가장 부유한 나라이다. 수치로 나타낼 수도 없다. 또한 외채를 갚을 때 자기나라 통화로 낼 수있는 엄청난 축복을 받은 나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기나라 통화는 물론 그냥 인쇄만 하면 된다. 따라서 일본이 십 년동안 그랬듯이 미국도 용기를 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계속 비틀대며 오랜 시간 나아갈 공산이 크다. 그리고 진정한 회복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Posted by 펄
펄의 삶 생각 느낌들을 적는 공간입니다. http://blog.naver.com/pariscom에서 보금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메일은 pariscom@gmail.co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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