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슈퍼화요일 이후 11개주에서 연전연승을 거뒀던 오바마.
언론들이 그를 완전히 백악관의 다음 주인처럼 묘사하는 동안 힐러리는 Saturday Night Live에 출연해 회심의 일격을 날렸고("요즘 선거운동은 어떻게 돼 가나요"라는 질문에 "좋아요 ,잘 되고 있어요" 한 뒤 "도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거예요?"라는 질문을 날려 언론이 자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겼다), 오하이오주의 가난한 노동자들의 표를 겨냥해 쉴 틈도 없이 여러 공장들을 돌아다녔다.
월요일에는 최대 호재가 알아서 터져줬는데, 오바마와 힐러리는 둘 다 대통령이 되면 "NAFTA 재협상을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오바마 측이 실제로는 캐나다 정부에 "선거용"이며 실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는 메모가 캐나다측으로부터 유출된 것이다. FTA=저주로 받아들이고 있는 오하이오의 가난한 노동자들가 오바마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오늘 힐러리를 완전히 눕히고 백악관을 향해 달려갈 예정이던 오바마는 텍사스와 오하이오, 로드 아일랜드에서 패하면서 다 잡은 먹이를 놓친 꼴이 됐다. 끝나는 줄 알았던 경선이 다시 이어지는 모습이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미대선'에 해당되는 글 3건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의원이 7%포인트 차로 힐러리 클린턴 의원에 승리를 거둔 뒤 여세를 몰아 간밤에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더욱 커다란 표차로 압승을 거둔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오바마 의원의 이 같은 급부상은 예상 밖의 일입니다. 겨우 40대의 젊은 나이. 주 상원의원이 아닌 연방 상원의원이 된 것이 겨우 2004년. 워싱턴 정계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경륜과 돈이 있는 힐러리를 압도해 버린 것입니다. 특히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주는 모두 백인이 90%를 훨씬 넘는 백인 우세 지역이어서 흑인이 이렇게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경선이 진행되는 모양새를 잘 보면, 5년여 전 노무현이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뽑히고 여세를 몰아 대통령이 됐던 그때를 생각나게 합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남쪽에서부터 올라온 경선에서 연이어 승리하며 DJ라는 거목과 조직력의 뒷받침을 받고 있던 한화갑을 무릎꿇게 합니다. 노 후보의 나이가 40대는 아니었지만 386세대라 칭해지는 젊은 운동권 출신 세력의 지지와 20, 30대가 주축이었던 노사모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구태 정치, 3김 정치를 몰아내자는 분위기가 형성이 됐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오바마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도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입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운동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줄지어 찾아오고, 젊은이들의 무관심으로 크게 낮았던 경선 투표율도 높여 놓았습니다. 유권자들은 워싱턴의 파당정치, 구태정치를 청산하겠다며 '변화(change)'를 내세운 오바마 의원을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반면 힐러리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의 과거 이미지에 기대고 유권자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을 해 오면서 오바마가 얘기한 '구태 정치인'의 하나로 찍혀 버렸습니다.
미국 경선은 순식간에 끝나지 않기에 앞으로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합니다만, 현재까지는 5년 전의 순간들이 자주 오버랩되는군요. 당시 대선에서 제가 노 후보를 찍지는 않았지만, 개표 방송에서 처음에 뒤지던 표가 뒤집어지는 순간,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오바마 열풍이 계속 이어져서 민주당원들이 오바마를 후보로 선출할 것인지, 그리고 미국 국민들이 이 젊은 정치인을 세계를 주무르는 미국의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추가 : 오바마가 13~14%p의 압도적 표차로 이길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가고 있네요. 겨우 12% 개표 상황이지만 힐러리가 1%p 차로 오히려 앞서고 있습니다. 어제 보여줬던 힐러리의 '눈물'이 막판 대반전을 이끌어 낸 것일까요? 5년 전 대선 때도 노 후보의 '눈물' 한방울이 큰 역할을 했는데, 정말 갈수록 흥미진진하네요.
(저 개인적으로는 힐러리 응원!)
민주, 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레이스가 오늘부터 시작된 것이지요.
원래 아이오와라는 데가 미국을 대표하기에는 매우 무리가 있는 곳입니다.
백인이 90%가 넘고 굉장히 보수적인 기독교인들도 많이 살며, 인구도 적어요.
하지만 일단 '시작'이라는 차원에서 1등을 하면 '바람몰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선주자들은 있는 돈을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예외적으로 공화당의 루디 줄리아니는 애초부터 포기했습니다. 여기 공화당 지지자들이 낙태 반대 동성애 반대라서)
특히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엄청난 돈 선거를 펼쳤는데, 결과적으로 오바마가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공화당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는데, 3~4개월 전까지만 해도 무명이었던 침례교 목사 마이크 허커비가 1등을 했습니다.
이 허커비란 사람이 참 재미있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항상 "우리 집안에서 고등학교 간 건 내가 처음"이라고 말하고 다녔고, 기독교도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자신이 목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수는 나의 러닝메이트"라고 외쳤지요. 한때 136㎏의 거구였으나 2003년 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무려 54㎏을 감량했다고 하니 의지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기타를 잘 치고 유머러스해서 매력적이라고도 하고요.
하지만 무명의 침례교 목사가 상원의원 경력만도 오래된 중견 정치인들과 '대세론'을 구가했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어느날 갑자기 1등을 할 것이라고는 몇 달 전만 해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물론 아이오와주의 보수층이 낙태와 동성애, 총기규제 등을 반대하는 '꼴통'들이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조하는 허커비가 마음에 들기는 했을 겁니다. 2등을 한 미트 롬니는 몰몬교라는 약점이 있고, 줄리아니는 3번 결혼한데다 낙태 찬성론자라서 애초부터 인기가 없었지요.
하지만 이는 재미없는 분석이고...
저는 허커비를 지지한 '척 노리스'가 무언가 힘을 발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사진 왼쪽이 허커비, 오른쪽이 척 노리스)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척 노리스가 엉성한 포즈에도 불구하고 범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고 있지요.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는 허커비와 묘하게 궁합이 맞는 옷차림입니다. 척 노리스가 여기서 한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And Chuck wasn't taking any guff. "I get my ire up. I would be choking all of them unconscious," Norris said of Huckabee's Republican challengers, especially Mitt Romney, who have hit once front-running Huckabee hard in recent days with a slew of attack ads.
"They ask me why I don't run for president. I couldn't. I would have my opponents choked unconscious," Norris said, to a burst of laughter.
80년대 허접 액션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했던 척 노리스는 한때 미국 네티즌 사이에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을 보려면 지한님의 예전 포스트를 추천합니다.
http://blog.naver.com/jihanj/120021666274
http://blog.naver.com/jihanj/120022334386
여기 보면 '척 노리스 놀이'라는 것이 있는데, 척 노리스가 액션 배우였다는 점을 이용해 말도 안 되는 일을 했다고 허풍을 치는 놀이를 말합니다.
예를 들면,
사실: 척 노리스의 눈물은 암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척 노리스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사실: 척 노리스는 잠을 자지 않는다. 오직 기다릴 뿐.
사실: 척 노리스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사냥"이란 단어가 실패의 가능성을 내포하므로. 척 노리스에겐 오직 "살상"만이 있다.
사실: 척 노리스는 세금 신고를 할 때에 빈 서류에다가 공격 자세로 몸을 숙이고 있는 자신의 사진 한 장만을 첨부하여 보낸다. 척 노리스는 단 한 번도 세금을 낸 적이 없다.
사실: 한 번은 공룡들이 척 노리스를 째려본 적이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실: 척 노리스는 잠자리에 들 때 불을 켜 놓는다. 척 노리스가 어둠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둠이 척 노리스를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사실: 척 노리스는 이미 화성에 다녀왔다.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사실: 언젠가 어떤 한 사람이 척 노리스에게 돌려차기는 그다지 효율적인 발차기 기술이 아니라고 말해 준 적이 있었다. 역사가들은 이 사건을 인류 역사상 최대의 실수로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굉장한 능력을 지닌 척 노리스가 항상 뒤에서 지켜주고 있었기에, 혹시라도 허커비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표를 던지다 공포의 돌려차기를 당할까봐 허커비를 찍은 게 아닐까...
...라는 길지만 읽을 가치 없는 포스팅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