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앤, 그리고 authentic한 블로거

인간이라면 누구나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쓸 수밖에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왕이면 괜찮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싶은 것도 같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기 위해 나 자신을 감추거나 꾸미려는 노력을 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괜찮은 인간이길 원하기 때문이다.

논어의 유명한 구절을 보면,

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자왈, 오십유오이지우학)하고
三十而立(삼십이립)하고, 四十而不惑(사십이불혹)하고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하고,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하고,
七十而從心所欲(칠십이종심소욕)하되 不踰矩(불유구)라.

"70세에 마음이 하고 싶은 바를 따르더라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는 부분이 나온다.
내용이나 의도, 초점이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내 생활 신조가 공자의 이 말씀과 약간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남에게 어떻게 보여야겠다고 미리 궁리하지 않고 내 자신을 보여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런 나에 대해 블로거 두 분이 이렇게 평했다.

민노씨는 꽤 오래 전 포스팅에서 나를 "빨강머리 앤 같다"고 말한 적 있다. (http://www.minoci.net/693)
그 부분만 짧게 가져와 보면,

. http://pariscom.info/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들 가운데 하나가 '빨강머리 앤'이다. 은 마치 블로그계의 빨강머리 앤 같다. foog이 이야기한 것처럼 '생활밀착형 화법' http://foog.com/840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민망하지만 어쨌든 이런 평가를 해 주셨다.. ^^;;
민노씨가 빨강머리앤이라는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꽤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빨강머리앤이라는 캐릭터는 나도 좋아하고 닮고 싶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 글을 봤을 때 과도한 칭찬인 줄 알면서도 기뻤다.

어제 아거님도 나에 대해 "내가 아는 블로거중 가장 authentic하다"는 평을 해 주셨다.
(http://gatorlog.com/?p=1426)
역시 그 부분만 짧게 가져오면,

어떤 분은 거의 감기예방용 입마개 정도의 마스크를 할 정도로 거의 거침없이 자신을 보여주는 분도 있다. 영어 표현으로 하자면 authentic하다는 이야기다. 내가 정리하고 있는 개념상 정의로는 ‘진짜 나’(authenticity)는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authentic identity 와 authentic voice.  내가 아는 분 중 가장 authentic한 분은 펄님이다. 기본적인 신분의 정확성은 물론이고 거침없는 속내를 자주 드러낸다. 블로그에서도 트위터에서도. 언젠가 자신을 소개할 때 ‘내숭을 모르는 ~~ ‘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쭉 지켜보면 진짜 진국이다. 내가 아는 블로거중 가장 authentic한 펄님은 과연 어떤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하지만 처음으로 인터넷에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어느 정도 범위까지 발자국을 남기는 게 좋은지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성도 있을 듯하다. [때로는 무섭게 느껴지는 인터넷 속의 내 발자국]

해답은 간단하다. 가면의 두께를 약간 더 두껍게 만드는 것이다. 아님 아마존에서 벤데타 가면을 특별 주문하시든지..

사실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음, 이 말대로라면 난 꽤 authentic한 편인데" 하고 생각했는데, 끝부분에 진짜 내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받는 건 꽤나 즐거웠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가 의외로 비슷하다는 걸 알게 돼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민노씨가 '빨강머리앤 같다'고 말한 것도 아거님의 'authentic'과 통하는 표현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트위터 프로필 사진도 바꿨다, 빨강머리앤으로...

추가.

나에 대해 이런 평가도 있다.

이승환No Gravatar says: August 2, 2009 at 10:59 pm

펄님 언젠가 블로그 해고사유 한국인 1호가 될 듯…

민노씨나 아거님의 평가와 비슷한 맥락에서 한 말이지만 뉘앙스가...;;
무엇보다 저 말이 실현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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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3 13:07 2009/08/0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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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icap님의 글 "엑스트라가 된 파워블로거"를 읽었는데요..
약간 으스스합니다.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그'의 파워 등급은 그들이 확보하고 있는 방문자 수에의해 결정 된다. 기업에서는 이러한 파워블로그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을려고 접촉 단계에서는 조심스럽다. 그래서 충성 방문자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파워블로거는 자신이 무척이나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한다.

그러다, 기업에서 건네 준 떡밥을 무는 순간 그들도 점차 기업의 구성원처럼 그들 나름의 색깔이 점점 탈색되어 결국 돈(똥)색으로 변해 버린다. 그냥 방문자를 많이 확보했던, 한 때 잘 나갔던 그런 블로거일 뿐인데 말이다.

그들 파워블로그가 방문자로 부터 신뢰를 잃게 되었을 때 기업에서는 이렇게 말 한다. ' 쟤는 효용가치가 바닥났어. 신선함이 없어' 그리고 또 다른 파워블로그를  찾는다.

기업에게 블로거는 주연 배우 한 장면 촬영에 동원된 '엑스트라' 일 뿐이다.
그런데, 블로거는 그 착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어쩌면 제2, 제3의 대타 파워블로그가 계속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파워블로거도 고갈될 것이다. 그래서 에이전시에서는 '기획형 스타 블로거'를 미리 준비한다.
근데 '신뢰'가 미디어의 생명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처럼 한때의 '파워블로거'가 '신선함 없고' '효용 가치가 바닥날' 정도로 전락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신문들도 과거에는 정권의 힘에, 외환위기 이후에는 재벌의 힘에 휘둘리면서 신뢰가 크게 훼손됐고, 이 와중에 살아남는 방법으로 공정성과 신뢰의 회복보다는 특정 계층(주독자층?)이 좋아하는 편향된 논조를 선택하면서 생명력을 스스로 갉아먹었습니다.

* 추가 : 전직 동아일보 기자였고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으로 스타가 되신 선대인 씨가 우리나라 신문사들의 몰락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 글(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 ··· B%B2%951)이 있는데, 일독을 권합니다.

수십년 동안 매체력을 쌓아 온 기성매체의 신뢰와 열독률도 이렇게 무너지는데 기껏해야 수년 동안의 짧은 시간 동안 쌓아 온 블로그의 신뢰도가 허물어지는 건 순식간일 것입니다. 결국 기업에 '낚이면서' 독자의 신뢰를 떨어뜨리면 기업이 원하는 효용가치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몇 년 동안 블로그계(?)의 변천(?)을 보고 있노라니 기존 미디어들이 걸어 오던 길을 정말 짧은 시간에 되풀이하는 모습이 보이는군요.. 앞으로 몇 년 후 신뢰도가 높기로 정평이 난 매체, '뉴욕타임스'(한국 언론계에선 안타깝게도 이 같은 모델을 찾기가 힘들군요;;;) 같은 미디어로 인정 받는 블로그도 나올까요? 어떤 블로그가 그런 신뢰를 얻을까요?

여러 번 소개했지만 바하문트님의 스튜디오 판타지아(http://bahamund.wordpress.com/) 같은 블로그는 어떨지.. 짧으면 짧은대로 길면 긴대로 완결성을 갖추면서도 글쓴이의 개성이 드러나는 뛰어난 글솜씨, 사회뿐 아니라 블로거 개인의 일상도 엿볼 수 있는 주제 등 여러 면에서 블로그식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절필 중이시지만 아거님이 계속 블로깅을 하셨다면 역시 한국 블로그계의 뉴욕타임스 같은 권위와 신뢰를 얻지 않았을까 싶은데 많이 아쉽네요. 언제고 꼭 다시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블로그계의 쟁점이 되고 있는 이슈에 한 마디 '걸치면서' 트래픽 좀 받아보려는 일부 블로거들의 행태와 달리, 블로그와 블로거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가지고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핵심까지 파고 들어가 분석하는 민노씨의 블로그(http://minoci.net)도 지속적으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블로그가 아닌가 합니다.

또 어떤 블로그가 미래의 '블로그계의 뉴욕타임스'가 될 수 있을까요? 추천할 만한 블로그가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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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3 11:39 2008/12/23 11:39

* 맨 처음 포스팅에서 약간의 팩트와 문구를 수정하였습니다.

얼마전 요즘 학교다니는 아이들은 '학원 세대'라는 씁쓸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서울시의회가 이메가 정부의"규제철폐"라는 원칙에 호응하여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원을 24시간 교습 가능하도록 조례를 바꾼다고 한다.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는 학원의 심야 교습시간에 규제를 두지 않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12일 통과시켰다.
정연희 교육문화위원장은 "새 정부의 '규제 철폐' 방침에 따른 것으로 학부모들의 결정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18일 시의회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서울시의회가 해당 상임위 위주로 운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개정안은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덕분에 학원 주가는 살판났다.

학부모들이 학원을 다니라고 선택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학원에 다니면서 밤낮없이 혹사당하고 있는 건 아이들 자신이다. 초등학생도 밤 11시까지 학원다니는데, 그게 그렇게 부족해 보였나? 새벽 2,3시까지는 다녀야 하는 건가?

민노씨는 가정파괴범이라고 했지만, 나는 아동학대 방조범이라고 하고 싶다. 자기 자녀를 하루 종일 다양한 학원과 과외에 시달리게 하면서 "남도 그러니까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나는 그걸 일종의 아동학대라고 생각한다.

이제 전국적 아동학대가 새벽까지 이어질 것인가? 2메가바이트밖에 안 되는 두뇌 용량을 지닌 정부 때문에 조례가 철폐됐지만 부모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자녀 둔 선배들로부터, "너는 애가 그 나이 되면 안 그럴 것 같으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요즘은 학원에 안 다니면 친구도 못 사귀는 시대라 애들이 먼저 학원 보내달라고 한다더라. 굳이 애들이 학원을 그렇게 가고 싶어 한다면 보내야겠지. 하지만 고등학생도 아닌데 학교 끝나자마자 밤 11시까지 학원에 다니겠다고 자발적으로 요구하는 애들이 있을까. 아무래도 부모 욕심이 크다고 본다.
또하나, 공부는 수업을 받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배운 것을 스스로 '익히는' 자율학습의 과정이 필요한데 새벽까지 학원 다니면 도대체 자기 공부는 언제 하는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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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11:48 2008/03/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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