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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0 베이징 올림픽 단상들 (7)

1. 개막식을 보면서 "이거 무슨 장이머우 영화 하이라이트 모음같네" 했는데, 총감독이 장이머우였다.
화려한 볼거리는 많았지만 나중에는 좀 지겨웠다. 원래 예술이라는 게 강약이 있어야 하는데, 꽃노래도 계속 들으면 지겹다고 하이라이트만 계속 나오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 아리랑이나 우리나라 88올림픽, 혹은 삼성그룹 매스게임에서 느꼈던 집단주의에 대한 거부감이 이번 개막식에서도 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반감이 생긴다.
내용도 그렇다. 올림픽이란 게 원래 세계인의 축제인데 개막식의 주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화제일"밖에 없었다. 중국이 최고야~~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대형 종이(스크린)가 펼쳐지는 부분.

2. 개막식전행사 후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는데, 여기서도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 꽤 많았다.
우선 아무리 참가국이 많더라도 입장할 때마다 최소한의 예의상 박수라도 쳐 줘야 하는데, 몇몇 국가(미국 일본 등 강대국, 파키스탄 쿠바 등 가까운 나라)는 열렬한 박수소리가 들린 반면 다른 국가 입장할 때는 예의상 박수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팔레스타인에서 5명의 선수가 참가했는데, (정말 이런 나라는 메달을 따는 것보다 참가하는 거 자체가 대단한 거다) 마치 아무도 박수를 안 친 것처럼 조용하게 지나간 건 너무 한심해 보였다.
우리나라는 너무 나중에 입장에서 사실 나는 안 봤는데, 다른 분들 블로그 보니깐 너무 찔끔 보여주고 말았다고 불만이 있더라. 이 와중에 2MB는 푸틴한테 부채 부쳐주는 게 찍혔고.
어쨌든 선수단 입장은 전체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다.

3. 최근 몇 번의 하계 올림픽은 그닥 관심이 안 갔는데(여자 핸드볼이나 여자 양궁 빼고) 이번에는 시간대가 같은 중국에서 하다보니 종종 중계방송을 보게 된다. 러시아와의 여자 핸드볼은 막판 정신력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물론 이 와중에도 2MB는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흔드는 쇼를 보여주면서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브라질과의 여자 농구도 땀을 쥐게 했다. (뭐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아니고 잠깐 잠깐 봤지만) 유도의 첫 금메달은 메달 때문이 아니라 예선부터 결승까지 시원한 한판승 행렬에 찜통 더위를 잊게 했다.

4. 애국심..같은 거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아침에 수영 금메달 여자역도 은메달 여자양궁 금메달 따는 거 보고 있자니 진짜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따는 순간이 아니라 그 직전까지 과정에서) 물론 축구 이탈리아전이 최악의 대미를 장식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는 어쨌든 한국의 날이었다고 할 만했다.

5. 요즘 올림픽과 연관된 TV광고가 여럿 나오고 있는데, 정말로 마음에 안 드는 광고가 하나 있다. 뭘 광고하는 건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아시는 분 댓글 좀) 대강 내용이 "참가만으로 의의를 삼는 선수는 하나도 없다. (메달을) 따 와라" 뭐 그런 식이다. 보고 참 어이가 없었다. 그럼 한국 신기록을 세우고도 메달은 따지 못했던 모 선수라든지 그런 사람은 모두 올림픽에 참가한 의미가 없는 것인가. 과정이 아닌 결과만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짜증난다.

6. 요즘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경제력과 민도에 대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 사회를 보면 세계 10위권으로 빠르게 도약한 경제규모와 달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아직도 50~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봐서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가장 중요한 가치가 '부자되는 것'이라는 나라, 우주인을 보내는 와중에도 색깔론이 판치는 나라, 술 취해서 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성추행도 용서 받는 나라 등등.
근데 요즘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 중국은 더한 것 같다. 중국의 경제규모가 얼마나 비약적으로 성장했는지는 다들 알텐데, 그에 비해 중국인들의 의식 수준은 아직도 극히 후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다 최근 경제성장으로 그동안 억압돼 있던 중화주의까지 날개를 펴면서 외국에서 보기에 상당히 우스운 모습이 종종 연출되는 것 같다.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가 1등을 못 하고 타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인터뷰도 제대로 못하게 하고, 수만명의 자원봉사자 중 외국어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적어 실질적 도움도 안 되고 행사 진행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리는 외국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성화봉송 과정에서부터 드러나긴 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이 원하는 것처럼 세계인들이 중국의 대단함을 느끼기 보다는 중국에 대해 많은 실망을 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추가. http://english.kwandong.ac.kr/entry/%ED%95%9C%EA%B5%AD-%EA%B8%88%EB%A9%94%EB%8B%AC%ED%9A%8D%EB%93%9D%EC%9D%98-%EC%99%B8%EA%B5%AD-%EB%84%A4%ED%8B%B0%EC%A6%8C%EC%9D%98-%EB%B0%98%EC%9D%91
요걸 보니, 최민호와 박태환의 금메달에 일본에서 꽤 우호적인 댓글을 많이 단 것 같다. 근데 참 희한한 건 최민호와 박태환 금메달 땄을 때 울나라 네이버 댓글란에 왜 악플이 그렇게 많은 건지..? (물론 잘 했다는 댓글이 훨씬 많았지만 악플 비중도 상당했음) 시기심 때문?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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