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일 이탈리아 모델 출신 가수 카를라 브루니와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실이 오늘 화제가 됐습니다. 아마 거의 전 한국 언론이 보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사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포함하고 있네요.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에 따라 1804년 황제 신분으로 조세핀과 결혼식을 올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래 대통령 재임 중 혼례를 올린 첫번째 프랑스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이 문장은 애초 이 기사를 국내 언론 중 가장 먼저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기사를 보고 '진짜?'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문이 어디 있나 찾아 봤더니, 다음과 같은 로이터 기사가 있었습니다.
The mayor said the last French head of state to marry while in office was Napoleon III in 1853.
주례를 맡은 구청장이 "재임 중 결혼식 올린 프랑스의 지도자로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1853년 나폴레옹 3세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것. 나폴레옹 3세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엄연히 다른 사람입니다.

게다가 프랑스의 연합뉴스라 할 수 있는 프랑스 통신사 AFP의 기사를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The wedding came less than four months after Sarkozy ended his stormy 11 year marriage to Cecilia Ciganer-Albeniz in October. While he is the first divorcee to be elected French president, he is the second to get married in office after Gaston Doumerque in 1931.
1931년 가스통 두메르크 대통령에 이어 재임 중 결혼한 두 번째 대통령이라고 분명히 써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13대 대통령 이름이 Gaston Doumerque가 아니고 Doumergue(두메르그)네요. AFP 기자가 너무 옛날 사람이라 착각했나 봅니다. 단 위키에는 Doumergue의 결혼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기사를 검색해 보니, BBC에 이렇게 나오는군요.
Mr Lebel called it a "historic moment" and said it was the first time a French president had married while in office, though historians pointed out that President Gaston Doumergue married in 1931, 12 days before leaving office.
"레벨 구청장(사르코지 결혼 주례 선 아저씨)이 재임 중 결혼은 프랑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라면서 "역사적 순간"이라고 불렀지만, 역사가들은 가스통 두메르그가 1931년 퇴임 12일 전에 결혼식을 올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연합뉴스는 어느 외신을 보고 썼는지는 모르지만 오보를 낸 셈입니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사르코지, 브루니, 가스통' 이 세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겨우 세 언론사만 나오네요.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입니다. 두메르케, 두메르그, 두메르크 등으로 성 표기가 각각 다르긴 하지만...

조중동은 밤 사이~내일 오전에 업데이트되니까 아직 알 수 없고요...(그래도 파리 특파원까지 있는데, 제대로 보도하겠지요)

하지만 나머지 언론사는 대부분 연합뉴스 기사처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후 재임 중 결혼은 처음' 또는 '엘리제궁에서의 결혼은 나폴레옹 이후 처음'이라고 썼네요.
세계일보 : 프랑스 국가지도자 가운데 엘리제궁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은 1894년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황제 이후 ‘리틀 나폴레옹’이라 불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처음이다.

국민일보 :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에 따라 1804년 황제 신분으로 조세핀과 결혼식을 올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래 대통령 재임 중 결혼한 첫번째 프랑스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매일경제 : 또한 브루니와의 결혼으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후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결혼한 첫 번째 프랑스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한국경제 : 이에 따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804년 황제 신분으로 조세핀과 결혼식을 올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래 대통령 재임 중 혼례를 올린 프랑스 첫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서울경제 : 한편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결혼으로 재임 중 이혼한 첫번째 대통령이자 지난 1804년 황제 신분으로 조세핀과 결혼식을 올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래 재임중 결혼한 첫번째 프랑스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SBS : 대통령의 혼례는 황제 신분으로 조세핀과 결혼식을 올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이래 처음입니다. (파리 특파원이 이렇게 전하는군요;;)

저도 기사 쓰면서 연합뉴스를 많이 참고는 합니다만, 연합뉴스가 번역 실수나 오타 등으로 오보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받아쓰면 이번과 같은 일이 생기게 됩니다. 사람 수가 적고 채울 면은 많아지면서 작은 언론사 기자들이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쓰는 일이 많아지고 있지만 항상 원문을 확인해야 겠습니다. (저 자신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펄
요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연일 세계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세실리아와 이혼, 공공부문 특별연금제 폐지와 관련한 파업 강경 대응, 이혼 1개월 만에 만난 모델 출신 싱어송라이터 카를라 브루니와의 연애...

이번에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당 35시간 근무제를 올해 안에 폐지하겠다고 확인했습니다. 자신의 공약이었죠. 원래 35시간 근무제는 실업률이 높은 프랑스에서 일자리를 나누자는 개념으로 사회당이 만든 제도인데 지금은 프랑스 경제가 너무나 활력을 잃어서인지 국민들도 이 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쪽이 더 많은 듯합니다.

어쨌든 주 35시간 근무제 폐지는 프랑스 자본가 입장에서는 신나는 소리일 수밖에 없지만...

오늘 갑자기 사르코지가 자본가들을 경악케 할 만한 제안을 했습니다.
http://afp.google.com/article/ALeqM5i-U0LSieVnX8-euc4Kd-1wgFu-dQ
기업이 번 이윤을 '주주 : 노동자 : 재투자 = 1:1:1' 식으로 나누자는 겁니다. 그는 "이윤을 이런 식으로 나누는데 반대하는 기업은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깜짝 제안을 한 이유는 요즘 프랑스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구매력' 때문인데요. 기업이 이익이 나도 노동자는 이익을 공유하지 못하니 소비를 자제하게 되고 소비가 위축되니 경제가 안 돌아가는 상황이 계속된다는 것이지요. 사회당은 최근 사르코지가 구매력 향상은 신경쓰지 않고 사생활 노출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10년 이후 회복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지난해 겨우 1.5% 성장에 그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비정규직 비중이 크게 늘면서 기업만 이익이 늘어날 뿐 이 이익을 노동자들이 가져갈 수 없는 구조가 됐고 결국 내수 경기가 다시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순이익을 주로 자사주 취득이나 배당 식으로 주주에게 돌려주거나 재투자를 하고 또는 유보금으로 쌓아놓습니다. 이것의 3분의 1을 직원들에게 배당한다면 저부터라도 당장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질 것 같은데요.

사르코지가 노동자의 파업에 강경대처한 것만큼 이 제안을 결사반대하는 기업들의 의지도 묵살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물론 재벌 친구를 많이 둔 사르코지가 그렇게까지 이 제안을 강행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죠.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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