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9&aid=0001959654

사실 상속세 폐지 주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마치 그럴 듯한 '논란'이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할까봐 걱정스러우나 어쨌든 할 말은 해야 겠다.

재계는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게 아니라 양도세처럼 나중에 상속 재산을 '처분'할 때 양도세 개념의 자본이득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재벌 B회장이 5%의 지분을 아들 C에게 남기고 죽으면 C는 이것을 받는 당시에는 아무 세금도 내지 않다가 지분을 시장에서 팔아서 금전적 이득을 올린 후에야 이에 대한 세금을 내겠다..라는 것이다. 재계는 C는 상속 지분은 '미실현 이익'이라면서 50%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내려면 지분의 반을 팔아야 하고, 그러면 C의 경영권이 위협받기 때문에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분을 상속받는 게 현금과 달리 '미실현 이익'이라는 재계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 C는 지분을 상속 받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1대 주주의 지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적은 지분으로 총체적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돼 있는 나라에서는 한 기업을 주무를 수 있는 어마어마한 권리를 획득하는 셈이다. 주주로서 매년 막대한 배당금도 받아 챙길 것이다. 그리고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C는 지분을 처분할 생각이 없을 텐데 그렇다면 죽어서 아들 D에게 지분을 넘길 때까지 상속세는 한푼도 내지 않을 것이다. D도 역시 계속 상속세 부담 없이 오너 자리를 물려 받을테니 A기업은 대대손손 B회장 자손들이 아무런 노력 없이 물려 받을 게 뻔하다.

이렇게 부의 세습을 (현실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완전히 정당화할 경우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좀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는 기대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이러면 그냥 인도나 태국처럼 종교에 귀의하여 열심히 공덕을 쌓다가 다음 생에서는 상류층으로 태어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재계 주장은 자기 아들한테 편하게 경영권을 넘겨 주기 위해 사회 전체의 발전 동력을 꺾어버리자는 거나 다름없다.

요즘 미국 신흥 부자들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있다고 한다. 자기는 중산층으로서 열심히 노력하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창업에 성공, 부자가 됐는데 자기 자식들은 어려서부터 그 열매를 누리기만 할 뿐 진취적 노력을 하지 않게 될 것 같아 걱정된다는 것이다. 죽기 전에 자기 재산을 다 기부해 버리는 새로운 풍속도도 나타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 기업가 중에는 각종 비리에 연루되기 전에 재산을 기부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드문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전재산 기부를 약속한 기업가 출신 대통령께서 빨리 공약을 실천으로 옮김으로써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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