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년 전, 내가 첫 직장을 다닐 때만 해도 밤 12시 이후에는 술 파는 게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내가 속한 부서의 엽기 부장은 알코올 중독이어서 항상 나를 포함한 후배들을 데리고 그 와중에도 커튼 내리고 술 파는 업체들을 찾아다니곤 했었다. 회사를 다니는 와중에 이 조치가 해제됐는데, 그 때부터는 2차, 3차를 거쳐 4차, 5차까지 갔다가 사람들이 출근하는 오전 7시쯤에 귀가한 일도 있었다. (1년 3개월 후 이직했지만 겨우 1년 동안의 음주로 기억력이 크게 감퇴되는 부작용을 겪었다.)

지금 들으면 "진짜 그런 적도 있었나" 싶을 만큼 오래 전으로 느껴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밤 늦게를 지나 새벽까지 술 마시는 게 일상적일 정도로 술 문화가 일반화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부작용도 너무나 크다.

허구헌 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만취운전자가 도로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밤거리에는 과음으로 구토를 하거나 주사를 부리는 보기 흉한 모습이 넘쳐난다. 단순 소매치기가 아니라 피해자의 신체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는 퍽치기 등 신종 범죄도 늘어났다. 과음으로 장염 등 각종 질병을 달고 사는 사람도 많다. 새벽까지 술을 마신 다음날은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직장인이라면 회식 후 거의 반나절을 졸다 깨다 헤맸던 경험이 조금씩은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멀쩡할 때의' 의사와 무관하게 늦게까지 술을 마시게 되는 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이상의 술이 들어가면 뇌기능과 신경을 건드려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1차만, 또는 2차만 하고 들어가려 했던 애초의 결심은 어느새 없어져 버린다. 술이 술을 마시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알콜 의존증 환자는 굉장히 많은데, 이중 상당수가 집에 술을 숨겨 놓고 계속 마시는 다른 나라 중독자들과 달리 회식 자리나 친구와의 만남 등 외부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다 자제를 못하는 형태다. 이 같은 알코올 의존과 국가 사회적 낭비는 자정 이후 주류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술 마시는 것은 자유고, 누구나 개인적으로 조절하면 되는데 조절 못하는 사람이 문제 아니냐는 의견도 있겠다. 하지만 알코올 조절 능력은 누구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술이 들어가면 자기 조절력이 상실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앞서 말했듯 알코올이 뇌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에서도 술과 관련된 규제는 엄격한 곳이 많다. 영국에서는 수년 전까지 선술집에서 술을 팔 수 있는 시간을 밤 11시로 제한했다가 자유화했으나 대부분 1~2시간 연장에 그쳤고, 영국의 영향을 받은 뉴질랜드 등에서도 영업시간 제한이 있다. 스웨덴에서는 술을 파는 시간이 오전 10시~오후 7시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술집의 청소년 출입을 아주 엄격히 규제할 뿐 아니라 알코올 통제국에서 나온 검사관이 술집 손님 중 만취자를 강제로 귀가시키기까지 한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은 비교적 음주 규제가 자유로운 편이지만 조금씩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는 등 '통제 가능한' 선에서 술을 마시는 것이 보편적이지 우리나라처럼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한다. (해외 사례는 대한주류협회-건전음주가이드에서 참조했음)

자유는 물론 중요하지만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마약에 대한 규제를 강력하게 하고 강력한 금연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그것이 대부분 국민들의 건강에 안 좋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조절 능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음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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