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K텔레콤의 윤송이 상무가 개인 사정을 이유로 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이스트 출신의 천재소녀로 불과 28세의 어린 나이에 대기업 임원이 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입사 때에 비하면 조금은 초라한 퇴장이었다.

윤 상무의 퇴임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SK텔레콤은 "언론에 시달렸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입사 이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엔씨소프트 사장과의 결혼설과 학위 조작설 등 루머에 시달리면서 괴로워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작부터 사의를 표했으나 회사 측에서 말렸던 적도 있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http://www.sportsseoul.com/news/life/social3/080106/200801061143506144000.htm

하지만 이런 궁금증이 든다.

첫째, 윤 상무가 관둔 이유가 진짜 언론 때문일까?

둘째, SK텔레콤이 '언론 탓'할 자격이나 있나?


내 생각은 언론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리지 못한 데 대한 부담감과 함께 SK텔레콤 내부의 압박이 사의를 표명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윤 상무는 MIT 미디어랩에서 인공지능 캐릭터와 관련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K텔레콤에 입사한 후 첫 프로젝트인 '1mm'도 휴대폰 속에 인공지능 캐릭터를 심어 대화를 나누는 식의 개념이었다. 비록 네티즌들한테 '모바일 심심이'로 불리며 이렇다할 성공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SK텔레콤은 '천재소녀 윤송이 상무'를 팔아 거의 모든 언론사에 상당한 분량의 기사를 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1mm 실패 이후 윤 상무가 맡은 프로젝트는 'T인터렉티브'라 명명된 대기화면 서비스. 1mm의 진화된 형태이고 나도 사용해 본 적 있지만, 그 복잡한 메뉴를 타고 올라가 취소했을 정도로 아주 짜증나는 서비스였다. (주로 SK텔레콤 이벤트 광고 같은 게 초기화면에 나와서 한슬이 얼굴 배경화면을 가려버리는 최악의 서비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윤상무에게 맡겨진 프로젝트는 'T팩 얼라이언스'의 글로벌화이다.
관련 기사 : http://news.hankooki.com/lpage/it_tech/200711/h2007112918083884590.htm
즉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휴대폰 구동 소프트웨어(T팩)를 만들어서 이걸 다른 나라에도 팔아먹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다른 나라에 팔아먹는' 역할을 윤 상무한테 맡겼다.

그런데 구글과 같은 프로그래밍에 있어서는 세계 1위나 다름없는 회사의 소프트웨어나 노키아 같은 세계 1위의 휴대폰 업체가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단순히 망 깔아 돈 버는 회사가 만드는(물론 SKT가 직접 만드는 것도 아니고 모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만들고 있다) 소프트웨어, 게다가 다른 나라 업체들이 질색하는 정통부의 '위피'까지 포함한 소프트웨어를 글로벌 업체에 팔라니, 이것이야 말로 '미션 임파서블'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 기사가 나왔을 때 또다시 수많은 신문들이 천재소녀 윤송이 상무를 언급하며 대문짝만하게 기사를 실어주었지만, 나는 기사를 보자마자 이 생각이 들었다. 'SK텔레콤에서 드디어 윤송이를 내치는구나.' 아무리 어려운 프로젝트라도 달성 가능성이 있는 것을 맡겨야 도전해 볼 의욕이나마 생기지 않겠는가. 게다가 윤상무는 사실상 영업과는 거리가 먼 연구직에 걸맞는 인물인데 팔지도 못할 걸 팔라고 하다니 이건 '싫으면 관두고'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그동안 SK텔레콤은 그넘의 '천재소녀' 타이틀을 이용해 윤 상무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우고 언론 플레이를 성공적으로 해 왔으나, 이제 약발이 다했다고 생각해 달성 불가능한 임무를 맡기고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그동안 윤 상무는 수많은 매체(신문뿐 아니라 이름도 잘 모르는 잡지까지 다 출연)와 인터뷰를 하며 SK텔레콤을 선전해 주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SK텔레콤에 기여를 했으니, 자꾸 언론 탓하며 윤 상무가 생각하기도 싫을 결혼설이니 위조설을 다시금 언론에 오르내리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


Posted by 펄

최근 포스트(http://pariscom.info/8)에서 정통부의 잘못된 표준 정책을 비판하면서 위피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정통부 공무원 이외에 단 한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위피를 일반 휴대폰뿐 아니라 모든 모바일 기기에 탑재시키겠으며, 이를 위해 국민 세금 60억원을 들여 '차세대 위피'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오늘 정통부가 발표했다.

관련 기사1 : 위피, 모바일 기기 전체에 적용(연합뉴스)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11/28/akn/v19020299.html

관련 기사2 : 정통부, 위피 국제 표준화 발전전략 수립 논란(한국일보)
http://news.media.daum.net/digital/computer/200711/28/hankooki/v19031083.html

관련 자료 : 차세대 위피 규격 개발(정통부 브리핑)
http://news.media.daum.net/economic/industry/200711/28/aving/v19025704.html

평소 과장된 수사를 극히 꺼리는 편이지만, 나는 오늘 정통부의 발표가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감히 단언한다.

정통부는 오늘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콘텐츠 개발업체들이 표준 위피에 맞춰 휴대폰 콘텐츠를 개발하면 이동통신 3사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위피 정책을 유지할 것을 고집했다.

하지만 모바일 개발자들이 들으면 기가 찰 말이다. 위피는 버전 1.0과 1.2, 2.0 등이 있는데, 이게 호환이 안 돼서 각각 개발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위피는 누누히 말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가 아니라 그냥 '문서쪼가리'일 뿐이어서, 이통사 3사는 각각 따로 SDK를 제공한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다운 받는 모바일 게임 하나만 만들려고 해도, 개발자들은 이통사, 위피 버전, 휴대폰 LCD 해상도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수십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뿐인가, 위피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아니다보니 이통사들은 SDK를 통해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을 종속시킨다. 예를 들어 모바일 음악 서비스를 하고자 한다면 SKT의 허락을 받지 못해(멜론과 사업 모델이 비슷하므로) 시작도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굉장한 아이디어의 모바일 영화 서비스를 생각해 냈다고 해도 SKT가 '씨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가 불가하다.

이 때문에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계가 제대로 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내지 못하고 순전히 게임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고수익 사업이 불가하니 당연히 규모가 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모바일 시장에 진출할 수가 없음은 물론, 재능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개인 개발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 다 죽어가는 위피의 '차세대 버전'까지 개발해서 끝까지 살리겠다니,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계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통부는 또 국내 기술인 위피를 국제화 하겠다는 계획도 되풀이했다. 하지만 수년 동안 정통부 계획대로 위피가 해외에 진출한 경우는 거의 없다. (머리에 총 맞지 않고서야 누가 종이 쪼가리를 사겠는가?)

또 이용자들에게는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국가 표준이라 노키아, 소니에릭슨 등 외국 휴대폰들이 국내에 들어오려면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 아이폰이니 구글폰이니도 당연 마찬가지. 게다가 위피 의무 탑재는 아무리 봐도 비과세 장벽이라 만약 FTA가 비준될 경우 미국에서 강력히 요구해 폐지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이미 고사한 우리나라의 허허벌판 모바일 소프트 시장을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평정할 것이다.

정통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이통사와 휴대폰 판매 업체의 관계를 끊는 것이다. 지금처럼 휴대폰 업체들이 이통사에 끌려다니면 언제까지나 이통사가 만든 OS와 SDK를 채택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통사들은 자체적으로 통일된 규격(노키아 심비안 같은)을 채택하게 될 것이고, 결국 하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이통 3사에 관계 없이 다운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정통부가 한국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계를 죽이면서 낭비할 혈세 60억원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치가 떨린다. 이런 거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라고 국회의원들한테 국정감사 하라고 한 건데, 다들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로비력 없는 집단을 위해서 한마디 해 주실 생각은 전혀 없을 테니 정말로 한국 모바일 업계의 미래가 암울하기 그지없다.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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