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www.economist.com) 최신호에 삼성에 대한 기사가 나왔습니다. 삼성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른 악재로 한국인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내용인데, 기사의 3분의 2 가량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와 태안 사태에 대한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을 쓰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삼성의 대응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담고 있네요.

In a culture where swift acknowledgment of wrongdoing is expected, Samsung was seen to be dragging its feet. It took a month and a half to apologise for its part in the oil spill. Samsung says it delayed its apology because the accident's cause was unclear and it was not entirely to blame, though the owner and operator of the tanker have denied any wrongdoing. On January 21st the courts indicted Samsung Heavy Industries and the owner of the tanker on charges relating to the spill.

(중략)

Given all these problems, you might expect contrition from Samsung executives. But when Mr Cho asked several Samsung executives to come to his office they said they were too busy, provoking further public outrage. Samsung now acknowledges that it has an image problem. “We are concerned about the negative impact on the Samsung brand,” says a spokesman. But in the eyes of South Koreans, the chaebol whose name means “three stars” has already lost its shine.


일단 태안 사태와 관련해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는 것이 기대되는 문화에서" 1달 반이나 지나서 사과를 한 점, 그리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해 이쯤 되면 삼성 임원들의 참회가 기대되는 상황에서도 특검의 소환 요구에 "너무 바쁘다"며 불응한 점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어 삼성 대변인도 "삼성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뜻이 '세 개의 별'인 삼성이란 재벌은 이미 빛을 잃어버렸다고 마무리하고 있네요.


삼성에 관해 한국일보에 실린 칼럼의 한 토막도 음미할 만합니다.

이런 오너의 아집을 기업조직이 지탱해 준다. 오너와 이해를 같이하는 일부 고위 임원들의 자세야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직원들의 그런 태도는 강요된 허위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IMF 위기 이후 많은 기업의 주인이 바뀌었어도 개별 기업은 씩씩하게 살아난 경험을 토대로 아래에서부터 '회사충성 OK, 오너충성 NO!'라는 외침이 터져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력한 수단인 주주대표소송이 기업규모가 클수록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것만이 한국 기업문화를 바로잡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직원들이 회사에 충성하기보다 오너에 충성하는 일. 분명 직원들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인사고과에서 오너 우선 원칙이 반영되는 회사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모 그룹의 경우 총수가 지나가면서 아주 낮은 직급의 (잘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며 "저사람 왜 아직 저 자리에 있어?" 한 마디 하자 바로 그 다음날 해고가 됐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강요하는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오너보다 회사가 잘 되는 길을 선택하는 용기가 분명히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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