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최씨의 사진을 책받침이나 연습장 표지로 사용했을 정도로 우리 사이에 그가 인기 있었기에, 이후로도 무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인기를 이어 오면서 톱스타임에도 마치 우리 옆에서 살던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져 왔기에, 너무나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또 이슈에 '묻어가면서' 트래픽을 올리려는 의도가 보이는 몇몇 포스팅에 불쾌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급적 송원섭 기자의 글에 대한 포스팅도 하고 싶지 않았다.
수년 전, 송 기자의 블로그에서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막자"는 글을 보고 한번 논쟁을 벌였던 기억 때문이다. 내 댓글뿐 아니라 다른 댓글에 대해서도 자신의 뜻과 다르면 난독증 환자 취급해 버리는 통에 화가 나서 논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맨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내 댓글 자체도 격한 감정에 휩싸여 적은 것이어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 "내 잘못이다, 논쟁을 철회하겠다"고 정중히 말하고 끝내버렸다. 이후 송 기자의 글은 반론하고 싶어도 단 한번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글(최진실 법 이미 오래 전에 생겼어야 했다)을 읽고 나니 이와 같은 두 가지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간단히 이 글을 요약하면,
최진실씨의 죽음이 100% 악플 때문은 아니지만, 악플과 루머가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연예인들은 안티세력의 등장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악플에 시달려도 민사적으로 강력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식으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이버 모욕죄는 필요하며 진작부터 도입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취지의 글은 인터넷 여기저기에 난무하고 있지만, 현직 중앙일간지 기자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돼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기자들은 잘못된 기사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책임을 지지만 네티즌들은 그렇지 않으므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언론과 출판의 자유? 단군 이래 지금만큼 이 자유가 널리 보장된 적은 아마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언론과 출판의 결과물은 엄격한 법에 의해 배포 이후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어 있습니다. 명에훼손과 사생활 침해, 모욕죄, 업무방해죄 등에 의거해 언론의 잘못되거나 왜곡된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언론사나 기자들은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모욕죄, 업무방해죄 등에 의거해 책임을 진다고 했는데, 첫째 어느 정도 맞지만 완전히 맞는 건 아니다. 일례로 어떤 기업 등에 대해 잘못된 고발 기사가 나갔다고 하자. 그러면 해당 기업은 정정 보도를 요청하고 잘 받아들여지면 다음날 신문 한구석에 아주 조그맣게 정정 보도가 나가고는 그만이다. 기업이 이로 인해 입은 피해 보상을 금전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원만히 합의되지 않은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게 되는데 여기서 합의되는 내용도 몇일자 신문에 몇 단 정도의 크기로 정정보도문을 싣는다, 내지는 반론보도문을 싣는다 정도이다.
(물론 종교(일반 종교, 사이비 종교, O빠교 등 포함)와 관련된 보도의 경우 신도들이 떼로 몰려와 행패를 부리는 식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보도에 대해서는 언론도 보통 용기와 각오가 없지 않은 이상 쉽게 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은 맞다.)
그나마 인쇄물이 발간되는 언론은 저런 수준의 책임이라도 지지만 요즘 연예계 소식을 전하는 일부 인터넷 전문 언론사(중앙일간지들의 닷컴 자회사들도 마찬가지다)들의 경우에는 저런 책임도 지지 않는 것 같다. 증권가 찌라시 등을 통해 루머가 퍼지기 시작하면 이를 '카더라' 식으로 인터넷 언론사들이 전하고, (최소한의 사실 파악이나 해당 연예인의 입장에 대한 취재도 안 한다) 이 뉴스에 악플이 달리고 사이버 공간에 퍼지기 시작하면 또다시 이를 인터넷 언론사들이 기사화한다. 이러한 상호관계 속에 루머는 계속 퍼지게 되는데 이들 언론사들이 무거운 책임을 졌다는 얘기는 거의 들은 바 없다.
이런 논란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언론사가 다양한 방법으로 무거운 책임을 진다는 가정은 인정한다고 치자. 그래도 다음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은 네티즌에게 현행법으로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를 강력하게 제기하기 힘드니 (고발자가 아닌 검찰이나 경찰이 직접)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댓글을 단 악플러에게 벌을 내리는 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굵은 글씨로 강조한 부분은 이 글에 직접적으로 표현돼 있지 않다. 그것이 이 글의 가장 교묘한 부분인데, 사이버 모욕죄든 최진실 법이든 간에 그 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가칭 최신실 법 혹은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은 마치 악플러에 대한 처벌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인양 오인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칭 최진실 법(나는 행인님 글에 나온 것처럼, 이 같은 고인의 죽음에 '슬쩍 묻어가려는' 이름보다 제안자의 이름을 정정당당하게 표기하는 '나경원 법' 같은 명칭이 좋다고 생각한다)이나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악플과 악플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이 도입됐을 때 벌어질 무차별적 검열에 반대하는 것이다.
최근 레진님 사태나 중앙일보 계약직 기자의 해고 사태 등을 보면 사이버 모욕죄까지 등장하지 않아도 이미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마어마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권리침해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도 검.경이 앞장서서 사이버 세상을 검열하기 시작한다면 그 화살은 지금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열심히 주장하고 계신 분들 그 자신한테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문제 있는 글 안 쓰고 떳떳하니까 괜찮다"는 분들, 당신들이 쓰는 글이 '문제가 없다'고 누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인지? 촛불 좀비가 어떻고 뇌무현빠가 어떻고 하는 글을 쓰시는 분들이 특히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열렬히 찬성하시던데, 정권이 바뀌면 검.경의 잣대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자신하는 건지..?
안타깝게도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저널리스트가 사실상 위헌 소지까지 있는 법에 대해 열렬한 찬성 의견을 보이는 게 현재 한국의 수준이라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울 뿐이다.
추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 얘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도대체 이걸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싸이월드를 한번 가 봤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연예인이 당하는 인신모독적 악플이 이곳에서 생산되는데, 싸이월드는 네이버 같은 id 표시제가 아니라 실명이 고스란히 표시되는 곳이다. 악플의 위험을 아예 없애고 싶다면 실명제 같은 걸 하지 말고 아예 미국 야후 사이트처럼 포털 뉴스사이트의 댓글창을 아예 없애는 게 방법적으로는 더 낫겠다. 물론 이 정책도 미 의회나 정부가 압력을 가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포털 야후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걸 먼저 알아야겠지만.
추가2. 송기자의 재미있는 댓글 (내 생각에 댓글에서 거론된 "압박붕대" 기사는 중앙일보 신문 편집국이 아니라 조인스닷컴에서 자체 생산한 기사가 아닌가 싶다. 언론사닷컴은 포털로부터 트래픽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목을 맨다. 그 점에서 한국아이닷컴도 문제 있는 건 마찬가지다.)
Posted by 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