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슬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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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슬 2008년 9월


한슬이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자꾸 한다.

"왜?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은데?"

"일 하고 큰 그림책 읽고 싶어요."

일 한다는 건 컴퓨터를 사용하고 싶다는 뜻,
큰 그림책은 어른들이 읽는 글자 많고 두꺼운 책을 뜻한다.

"또 뭐 하고 싶어?"

"하나, 둘, 셋, 넷, 세고 싶어요. 악기도 연주하고 싶어요"

이틀 내내 같은 소리를 하는 걸 보면 정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가 보다.

"엄마는 오히려 한슬이 같은 어린이가 되고 싶은데?
어른이 되면 회사도 가야 되고 놀지도 못하거든."

한슬이가 어른이 되면, 어떤 세상이 돼 있을까?
한슬이가 결혼할 때가 되면, 지금보다는 좀더 다른 세상이 돼 있겠지?

우리 외할머니가 시집 왔을 때와 우리 엄마가 시집 왔을 때가 달랐던 것처럼,
우리 엄마가 시집 왔을 때와 내가 결혼했을 때가 달랐던 것처럼,
내가 결혼했을 때와 한슬이가 결혼할 때는 분명 다를 거라고 믿는다.

평범한 여성이 결혼을 함으로써 영혼을 잃고 누구의 며느리, 아내, 엄마로서만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인간으로 모두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엄마도 아빠도 딸 혼인 날 눈물 흘리지 않고 오로지 축복의 마음만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슬아,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은,
아니 유일하게 잘 한 일은 너를 낳은 거란다.
네가 어른이 되어도 지금처럼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게 엄마가 가장 소망하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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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9 09:59 2008/09/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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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25(금) ~ 2008-05-31(토)
   화, 수, 목 4시 / 금, 토, 일 11시, 2시
 
:  정동극장
:  정동극장, 유미디어
:  안국약품
:  36개월이상 관람가
:  65분
: R석 3만원, S석 2만5천원
 
:  02)751-1500(화~일:09:00~18:00)


지난 토요일, 한슬이 아빠가 회사 축구대회에 출전하느라 외출한 동안 한슬이와 평소 내가 직장 가 있을 때 한슬이를 봐 주시는 친정엄마와 함께 정동극장에서 하는 어린이 뮤지컬 '브레멘 음악대'를 보러 갔다. 가족이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따뜻한 날씨였다.

브레멘 음악대 공연이 열리는 정동극장은 극장 내외부를 마치 동화의 나라처럼 아름답게 꾸며놓았다. 아이들 손 잡고 온 부모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었다. 한슬이도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린이 뮤지컬은 처음이다. 그동안 한슬이가 어려서 데려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도 아직 29개월 밖에 안 된 한슬이가 1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객석에 관객이 들어서는 동안 '브레멘 음악대'의 메인 주제가가 계속 흘러나왔다. 흥겨운 곡조에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조금 유치하지만 아주 재미있는 의성어도 섞여 있어 한슬이도 쫑알쫑알 따라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도 흥얼거리며 노래를 가르쳐 달라는 눈치였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1절) 어서들 오세요 브레멘 음악대 / 누구나 즐겁게 악기를 연주해
        누구나 신나게 노래를 불러요 / 신나는 모험을 찾아서 떠나요

(2절) 재밌는 이야기 가득한 브레멘 / 신기한 악기가 가득한 브레멘
        저멀리 동쪽에 신나는 음악대 / 저멀리 동쪽에 브레멘 음악대

(후렴) 랄랄라 우리는 음악대
         랄라라 브레멘 음악대
         랄라라 노래를 불러요
         얍삐리끼 뽀끼꼬 두기디기 딥뎁답
         띵까띵까 뾰로로 브레브레 브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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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 시작하기 전, 가수 유열씨가 나와서 인사를 했다. 몰랐었는데, 이번 공연을 기획.제작한 것 같다. 재작년과 작년에도 공연을 했었는데, 올해는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를 더 재미있게 바꾸고 어린이들에게 더 잘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잠시 후, 공연이 시작됐는데, 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 나왔다. 잘 보니 탤런트 이연경씨였다. 인터넷에서 나중에 찾아보니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업 뮤지컬 배우로 착각했을 정도로 노래를 잘 했고, 발성도 또렷했다.

이연경씨가 맡은 역할은 원작에는 없는 '음악대장'이라는 역할이다. 브레멘 음악대의 우두머리인 셈. 실제 역할은 극의 전후반과 중간에 등장하는 일종의 해설자에 가깝다. 도중에는 '하메른의 피리부는 사나이'로 나와서 자신감이 없는 동물 친구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중요한 역할로도 등장한다.

브레멘 음악대의 원작 내용은 다 알겠지만, 이 뮤지컬은 캐릭터의 성격도 살짝 바꾸고 원작에 없는 내용을 추가해 사회에서 버려진 루저(loser)들이 함께 힘을 모아 꿈을 이룬다는 주제의식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코믹하게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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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를 소개하자면,

호기심 많은 당나귀 '동키'는 알고 싶고,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주변을 자꾸 기웃거리다가 주인에게 계속 재촉만 받는다. 그러다 브레멘에서 음악대를 모집한다는 전단지를 보고 집을 나와 버린다. 이후 세 마리의 동물들을 차례로 만나며 브레멘으로 이끄는 사실상의 리더 역할이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이 소원인 닭 '러스티'는 원작(수탉이었음)과 달리 암탉이다. 사람들은 수탉만 아침에 꼬끼오~ 하고 노래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그런 편견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노래를 부를 것이라며, 수탉처럼 벼슬과 꼬리까지 달고 노래 연습에 매진하다 동키를 만나 브레멘으로 가게 된다.

겁 많은 강아지 '도기'는 도둑이 집에 들어왔는데도 짖지 않았다고 주인에게 쫓겨난다. 사실은 입 냄새가 심해 큰 소리로 짖는 것을 꺼려하는 게 성격으로 굳어진 것. 단점이라고 여겼던 입냄새도 대단한 장기라며 칭찬해주는 동키와 러스티를 따라 브레멘으로 가기로 한다.

마지막 합류자인 고양이 '캐티'는 평화를 지키는 정의의 용사임을 자처하지만 쥐를 잡지 않아 주인에게 구박을 받는다. 알고보니 아기 쥐에게 줄 우유를 훔치는 엄마 쥐를 보고 안타까워 잡지 않았던 것. 자부심 강하고 낙천적인 성격 답게 브레멘으로 가자는 데 쉽게 동의한다.


원작에서 네 동물들은 모두 늙고 병들어 주인에게 버림 받은 것으로 돼 있지만, 여기서는 어린이들에 맞게 주인에겐 버려졌지만 젊고 꿈이 있으며 패기 넘치는 이들로 묘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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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동물들은 그러나 가는 도중 자신들이 음악적 재능이 없다면서 좌절한다. 노래도 못 부르고 연주할 줄 아는 악기도 하나 없다는 것. 하지만 하메른에서 나타난 '피리부는 사나이'가 가르쳐 준 아카펠라 창법을 통해 음악적 재능이란 누구에게나 숨겨져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보면 누구나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너희들은 누구나 음악대가 될 수 있어.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 정말이야!

-하메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대사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감명 깊었다. 나뿐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다른 엄마 아빠들도 감동하는 듯 보였다. 사실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어린이의 맘을 읽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함께 온 엄마 아빠들도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만들기 쉽지 않은 듯한데, 이 뮤지컬은 그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 만하다.)

네 마리 동물들이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서 브레멘으로 가는 여정은 배경 영상을 계속 바꾸면서 표현했다.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적'에서 주인공 왕자가 불과 물의 고난을 지나가는 여정과 비슷한 방식의 연출이다.

마침내 브레멘에 도달한 동물들. 그러나 도둑들(아까 '도기'네 집에 들어갔던 도둑들이다. 이 뮤지컬에서는 도둑 캐릭터의 비중도 상당한데, 마냥 미워할 수는 없는 역할이다)이 브레멘 음악대의 악기들을 모두 훔쳐가 버려서 음악대가 해산되게 됐다. 천신만고 끝에 왔더니 이게 웬 날벼락? 동물들은 도둑의 집에 찾아가 천둥 소리와 비 오는 소리 악기를 이용하고 (원작처럼) 네 마리 동물들이 차례로 올라타 무서운 그림자를 만들어 도둑을 놀라게 한 뒤, 악기를 되찾고 음악대를 부활시킨다.

마지막 장면은 다시 결성된 음악대의 주제가 연주와 각 주인공별 악기 연주. 아까 도망쳤던 도둑들도 개과천선, 음악대에 들어와서 연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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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의 장점을 몇 가지 짚어 보면...

첫째, 따뜻한 주제 의식이다. 원작에서는 네 마리 동물들이 브레멘이라는 일종의 이상향을 찾아가다 따뜻하고 먹을 것이 많은 빈 집(실버타운?)을 발견하고 도둑을 쫓아낸 뒤 그곳에서 정착하지만 이 뮤지컬은 동물들이 갖은 고생 끝에 브레멘에 도착, 꿈을 이룬다는 점에서 훨씬 희망을 이루려는 용기와 노력을 강조했다.

둘째, 노래와 악기, 춤의 적절한 배합이 만족스럽다. 합창과 합주는 물론 아카펠라도 나오고 평소에 잘 본 적 없는 재미있는 악기(딱따구리, 개구리 소리 등이 나는 악기도 나온다)들도 많이 등장해 아이들의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준다. 무엇보다 한슬이가 뮤지컬을 보고 와서는 전보다 노래도 더 자주 하고 춤을 출 때도 평소 뻣뻣하게 손만 흔들던 전과 달리 온몸을 움직이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이 주는 영향이 이 정도구나, 하는 깨달음을 처음으로 얻었다.

셋째, 무대와 영상이 훌륭하다. 나는 어린이 뮤지컬을 본 게 처음이지만 조금 큰 애들을 데리고 자주 보러 다니는 친구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에게 유명한 캐릭터만 내세워 조잡한 무대와 실망스런 연출로 '한 철 장사' 하는 공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어른 뮤지컬처럼 움직이는 무대장치와 책장이 넘어가는 듯한 효과를 준 영상 등 다채로운 연출로 재미를 배가시켰다.

굳이 안타까운 점을 지적하자면 동물들의 분장이나 고함소리 등이 유아들에게는 무섭게 보일 수 있다는 것. 한슬이도 앞부분에서 도기가 도둑들에게 쫓기고 입냄새를 크게 내는 부분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정말 몰입해서 보았다. 눈도 잘 안 깜박이고 봐서 내가 놀랐을 정도) 중간 중간에 아이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는데, 조금 더 귀여운 분장을 하고 조금 덜 고함을 지른다면 유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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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독일 여행을 하고 싶은지 *


직장맘으로서 항상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는 것이 아이를 직접 돌보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올해 환갑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세상 누구 부럽지 않을 만큼 잘 아이를 보아 주시는 친정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감사함이다.

저녁때와 주말밖에 엄마를 못 보지만 항상 퇴근 후 현관문을 열 때마다 까르르 웃으며 "엄마다!" 하고 달려와 안기는 한슬이. 번쩍 들어 안아줄 때마다 기쁨과 미안함이 겹친다.

한슬이가 이렇게 튼튼하고 구김살 없고 착하게 잘 자라 준 것은 외할머니 덕분이다. 항상 신선한 재료로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이시고 매주 다니는 짐보리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지난 번에 짐보리에 갔더니 "한슬이 외할머니가 너무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고 잘 돌봐 주세요" 하며 칭찬이 대단하다.

짐보리에 가지 않는 날은 한슬이가 좋아하는 창경궁, 과학관에 데려가 마음껏 자연과 벗하며 놀게 해 주신다. 매일 한슬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지치지도 않고 읽어주시고, 한슬이에게 그림 그리기와 악기놀이 등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놀이를 같이 해 주신다.

이렇게 외손녀 한슬이에게 누구도 주기 힘든 지극한 사랑과 정성을 주시는 어머니가 올해 환갑을 맞는다. 음력 6월 9일, 올해 양력으로 7월 초다. 친한 친구분들과 함께 해외 여행을 몇 번이나 다녀 오신 시어머니와 달리 친정 어머니는 한번도 외국에 나가보신 적이 없다. 지난해 우리 가족과 제주도 다녀 오실 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셨다.

환갑을 맞으신 어머니께 첫 해외 여행이자 독일 동화의 도시 여행이라는 멋진 선물을 드리고 싶다. 평소 한슬이에게 읽어주시는 그림책과 동화의 배경이 되는 독일의 도시를 딸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것-생각만 해도 설렌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물론 한슬이에게도 신나는 경험이 될 것이다. 환갑을 맞으신 어머니께 생애 최고의 선물을 안겨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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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18:28 2008/05/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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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슬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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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짐보리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했다.
자기가 갖고 노는 장난감을 빼앗겨도 친구한테 뭐라고 하지 않고
새 장난감을 갖고 노는 한슬이를 보면
무신론자인 나도 이렇게 착하고 밝고 명랑한 아이를 주신
'자연'이라는 신에게
감사 드리고 싶어진다.

(사진은 한슬이 외할머니가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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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5 22:06 2008/01/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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