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양깡님의 글 "커피 파는 의사, 제너럴 닥터의 김승범 원장"이라는 글을 보고 전부터 생각해 왔던 게 떠올라 글을 쓰게 됐습니다. (다른 분의 글에 '필' 받아 글 쓰는 게 왠지 민노씨 닮아가는 듯한..;;)

오늘 다음 메인에 소개됐기 때문에 많이들 읽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고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한 젊은 의사가 카페를 부업으로 하며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환자와의 긴 대화를 나누는 실험을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환자 한 명 보는 데 2, 3분이면 끝나는 요즘 의사들 틈에서 환자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이 의사의 생각이나 실험 모두 용기 있고 가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한국 의사와 환자의 생각의 괴리"를 다시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블로거인 양깡님도 결국 의사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많은 의사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환자의 말을 길게 들어주고 잘 답해주다보면 환자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환자를 보지 못하는데 의보수가는 낮으니 돈 벌이가 안 된다. 이 의사분도 그렇게 생각해서 부업으로 카페까지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의사분들의 생각과 환자들의 생각은 참 다릅니다.

제 경험상, 수많은 동네 개인 병원 중 엄청나게 붐비는 곳은 한두군데 밖에 없는데, 이런 곳은 대부분 환자를 3분 보고 땡치는 곳이 아니라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설명을 해 주시는 곳들입니다. 이런 병원은 항상 환자들로 넘쳐나며,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이들은 능히 참고 기다립니다.

하지만 나머지 여러 병원들은 어떤가요? 가 보면 환자가 한두 명 있거나 없는 데가 많습니다. 정말 이런 병원들은 의보 수가까지 고려해 보면 장사를 하고 있는 게 신기합니다. 간호조무사 월급도 줘야 하고 임대료도 내야 할 텐데 환자가 이렇게 없어서야 돈을 벌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런 곳은 정작 진료를 받으면 3분 땡입니다. 설명도 안 해 줍니다. 오진도 엄청 잦습니다.

한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성산동 시영아파트에 살았을 때, 상가에 몇 군데 소아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은 모두 텅텅 비고 단 한군데만 애엄마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일단 가서 접수하면 기본이 30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 그 병원만 갑니다. 선생님이 참 친절하시고 아이에게도 무섭지 않게 잘 달래면서 진료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그 병원에 갈 때는 울지 않습니다. 약을 많이 주고 주사 많이 맞추는 병원이 인기가 있다고요? 안 그렇습니다. 의사가 이 경우는 주사 맞혀보았자 면역력만 떨어진다, 잘 설명하면 다 알아듣습니다.

저는 아토피가 있는데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평생동안 저를 괴롭혀 온 증상입니다. 평소에는 심하지 않지만 가끔 심해지면 병원에 가서 연고를 처방 받는데요, 여태까지 다녔던 수많은 병원 중 가장 최근에 발견한 한 병원에서 드디어 만족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스테로이드 연고에 의존하는 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과 엘리델(비 스테로이드 아토피 연고) 사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셨거든요. 평소 보습제와 가습기 사용 등 생활 습관을 바꾸라고 친절하게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전에 다른 병원들은 대부분 전에 쓰던 스테로이드 연고가 잘 안 듣는다고 하면 더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하는 식이었고, 또다른 병원은 "스테로이드는 많이 쓰면 부작용이 심각하니까 엘리델을 쓰라"며 처방해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엘리델을 어떻게 써야 효과가 있는지는 전혀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너무 장황하게 늘어 놓았나요.

의료보험 수가가 너무 낮으니까 올려달라고 의사들이 말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달라든지,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친절하고 환자한테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의사들이 3분 땡 의사보다 돈을 못 벌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의사 되기 참 어렵다는 거 압니다. 10년 동안 갖은 고생하고 엄청난 돈을 투자하지요. 그런데 빚까지 받아서 개업했더니 다달이 임대료 내기조차 어렵더라.. 이러면 정말 "이거 벌라고 그짓했나" 싶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나날이 늘어가는 개인 병원 사이에서 돈 버는 병원들은 정해져 있습니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세요. 반년만 지나면 벌써 입소문이 퍼져서 대기시간 30분은 기본일 겁니다.
Posted by 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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